꽃은 시들어도 그 향기는 남아 가슴속에 머문다고 했다. 지난해 2월 16일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 그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추기경을 그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출판계가 김 추기경과 관련한 책을 잇달아 펴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책을 모아봤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평화신문/480쪽/1만5000원)다. 지난 2004년 김 추기경의 회고록으로 나온 초판본에다 추기경이 노환으로 입·퇴원을 반복하기 직전인 2007년 여름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더했다. 김 추기경 스스로 자신의 일생을 차분히 되돌아본 유일한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책은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껴안고 살아온 김 추기경의 삶과 정신을 전한다. 경기침체로 힘들어하는 국민들, 갈등과 반복을 일삼는 사회 지도층에 전하는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도 담았다.
「바보가 바보들에게」(산호와진주/200쪽/9800원)는 김 추기경이 남긴 글과 말씀 가운데 울림이 깊은 것을 따로 모아 시구처럼 편집한 잠언집이다. 추기경의 강론, 강연, 서한 등에서 발췌한 내용을 ‘인생론’과 ‘용서’, ‘영원’, ‘믿음’ 등의 소주제로 분류해 전 5권으로 엮었다. 책 전반부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추도문, 시인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를 서문 형식으로 붙여 추모집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 추기경의 말씀 모음집인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평화방송·평화신문/296쪽/1만3000원)도 지난해 성탄절에 첫 출간된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누구나 읽고 마음에 새길 만한 김 추기경의 가르침들을 사진과 함께 실었고, 김 추기경이 선종 1~2년 전께 쓴 것으로 추정되는 친필원고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책 말미에는 고찬근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가 김 추기경의 병수발을 들며 쓴 병상일기 전문을 부록으로 담았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고수유(42) 씨가 내놓은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마인드북스/184쪽/1만원)는 김 추기경의 삶을 62가지 일화로 기록한 책이다. 김 추기경의 신앙과 삶,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 사회적 관심과 실천, 소탈하고 솔직했던 일상의 모습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김 추기경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도 출간됐다. 추기경의 마지막 유언과 같은 제목의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책만드는집/208쪽/1만2000원)는 문학평론가 구중서(베네딕토·73) 수원대 명예교수가 펴낸 추기경 평전이다. 김 추기경의 일생을 연보 순으로 다룬 평전은 특히 추기경의 현실 참여적 태도의 배경을 분석하고, 그 동안 일부 언론들이 곡해해 온 추기경에 관한 오해들을 해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스컴에서 본 33가지 김수환 추기경 모습」(퍼시픽북스/190쪽/9000원)은 신문과 TV를 통해 드러난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을 살펴본 책이다. ‘성직자 김수환’, ‘지도자 김수환’, ‘인간 김수환’ 등의 주제로 나눠 그동안 대중매체에 비춰진 김 추기경의 삶을 조명하고,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수환 추기경 전집 편찬위원회’가 김 추기경의 사제 수품 50주년을 맞아 지난 2001년 출간한 「김수환 추기경 전집」(가톨릭출판사/전 18권)도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전집에는 김 추기경이 1964년부터 2000년까지 남긴 연두 사목교서를 비롯해 각종 메시지와 성명서, 미사 강론, 각처에서 요청한 원고와 대담, 교육 피정 강론, 시?수필, 묵상, 서간, 피정 일기 등 기록으로 남아있는 모든 분야가 총 망라돼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김 추기경의 발자취를 재조명한 책도 연이어 출간됐다.
「바보 별님」(솔 출판사/192쪽/9500원)은 동화작가 고 정채봉(프란치스코·1946~2001) 선생이 쓴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다. 정 선생이 김 추기경을 직접 취재해 1993년 5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소년한국일보에 ‘저 산 너머’란 제목으로 연재된 원고를 한 권으로 묶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1부는 추기경의 군위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의 이야기를, 2부는 신학교 시절부터 추기경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혜화동 할아버지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은하수미디어/255쪽/9800원)은 아동문학가 김원석(대건 안드레아?63)씨가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 쉽도록 김 추기경의 일생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 쓴 책이다. 가톨릭 관련 용어를 세세하게 풀어 설명해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또 「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그린북/136쪽/9000원)는 ‘다른 사람에게 밥이 되어 줍시다’ 등 김 추기경이 남긴 말씀을 주제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10편을 묶은 동화집이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큰나/26쪽/9000원)는 책장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후렴처럼 반복하며 0~7세 영·유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이다.
이 밖에도 「꺼지지 않는 사랑의 등불-김수환 추기경」(청어람미디어/136쪽/9000원), 「김수환 추기경의 여섯 가지 선물」(국일아이/172쪽/9500원),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힘-동화로 읽는 큰 인물 이야기」(문공사/176쪽/9000원) 등은 김 추기경의 삶과 신앙을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춰 쉽게 풀어쓴 인물 동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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