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신의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이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다.’ (머리글 중)
소설가 최인호(베드로·65)씨가 신작 에세이 「최인호의 인연」(랜덤하우스코리아/331쪽/1만2000원)을 냈다. 지난 2008년 ‘선답(禪答)에세이’ 「산중일기」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그간 자신이 발표한 여러 편의 에세이 중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맺은 ‘인연’을 주제로 한 43편의 글을 추려내 묶었다.
작가가 풀어낸 사연을 읽다 보면 세상에 인연 아닌 게 있나 싶다. 어린 시절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동무 삼은 돌멩이부터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마당의 나무에서 자라는 꽃잎, 길에서 주워 온 난이 피워 올린 꽃망울, 수십 년 동안 입고 신어 온 옷과 신발 등 그에겐 살아오면서 맺은 모든 유무형의 존재들이 인연으로 기억된다.
사람들과의 인연도 빼 놓을 수 없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낯선 곳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다가와 도움을 주었던 낯모르는 사람들도 삶을 더욱 따스하게 이어줬다고 그는 설명한다.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 또한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52쪽)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 역시 그에겐 ‘눈 내린 백지와의 인연’이다.
그는 1967년 훈련병 시절 눈 내린 연병장에서 기합을 받다 신춘문예 당선 전보를 받았고, 눈 내린 마당을 원고지로 생각하며 죽는 날까지 이 백지와의 인연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씨는 “당신이 눈물 흘릴 때, 이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당신을 위해 울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지니고 있고, 연인이라는 고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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