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31일~11월 17일. 700여 명의 민간인 포로들이 북한 만포와 고산을 지나 중강진까지 280㎞에 이르는 압록강변의 산길을 추위와 눈보라를 헤치며 걸었다. 바로 ‘죽음의 행진’이다.
이 행렬에는 당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첫 관구장 베아트릭스 수녀와 초대 평양교구장 방 파트리치오 주교 등 성직·수도자를 비롯해 선교사와 외교관, 미국인 포로들이 포함됐다. 이들 대부분은 ‘죽음의 행진’과 3년여의 혹독한 포로생활 중 사망했다.
그리고 꼭 60년 후. 6·25 전쟁 당시 순교한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불꽃같은 삶을 기리는 증언록 「凍土에서 하늘까지」(바오로뜨락/292쪽/1만원)가 출간됐다. 당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으제니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와 셀레스뗑 꼬요스 신부(파리외방전교회) 등의 증언을 토대로 펴낸 기록물이다. 6·25 전쟁 중 순교한 선교사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증언 자료집이자,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관구장 김영희 젬마 루시 수녀)가 지난해 수도회 한국 진출 1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영적 유산’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기도 하다.
책은 ‘죽음의 행진’ 중 압록강변에서 총살당한 베아트릭스 수녀와 황해도 매화동성당에서 순교한 김 안젤라 수녀 및 김 마리안나 수녀에 대한 당시 상황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소속 수도자들에 대한 기록으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방 파트리치오 주교와 성 골롬반회의 퀴란 주교, 파리외방전교회 및 메리놀회 사제들, 가르멜회 수도자들, 성공회 쿠퍼 주교와 수도자들, 구세군의 로드 부장, 감리교 선교사 등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땅에 몸소 실천하다 영광스런 죽음을 맞은 선교사들의 영웅적 애덕과 신앙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책을 ‘20세기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소중한 기록이라 추대할 수 있는 이유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추천의 글에서 “6·25 전쟁 동안 북한 땅에서 생명을 바친 순교자들의 모범을 통해 새로운 선교의 열정과 거룩한 삶의 불꽃이 타오르기를 희망한다”며 “평안북도와 황해도에서 순교한 분들에 대한 이 기록이 6·25 전쟁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구입 문의 02-774-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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