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암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65)가 틈틈이 쓴 시 100편과 최근 1년 6개월 동안의 병상일기를 모아 신작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마음산책/220쪽/9500원)를 냈다.
이 수녀는 시집 머리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는 투병 생활에 대한 고통과 슬픔 보다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 옆에 있는 사람들이 / 다 희망이라고 / 내게 다시 말해주는 /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 고맙습니다 … 그래서 오늘도 / 나는 숨을 쉽니다’ (‘희망은 깨어 있네’ 중)
지난해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김수환 추기경과 장영희(마리아) 교수, 김점선 화백에 대한 인간적 그리움도 토로했다.
‘그리움으로 길게 이어지는 / 추모의 물결이 / 땅에서 하늘까지 닿는 기적을 보고 / 행복했습니다 / 이제는 이 물결이 / 서로를 챙겨주는 사랑의 축제로 / 일상의 삶에서 / 더 길게 이어지는 기쁨을 보게 하소서’ (‘봉헌기도-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며’ 중)
‘장영희 김점선 이해인 / 셋이 다 암에 걸린 건 / 어쩌면 축복이라 말했던 점선 / 하늘나라에서도 나란히 한 반 하자더니 / 이제는 둘 다 떠나고 / 나만 남았네요’ (‘김점선에게’ 중)
다음 달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스텔라·20) 선수에게도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네가 한 번씩 / 얼음 위에서 / 높이 뛰어오를 적마다 / 우리의 꿈도 뛰어올랐지 / 온 국민의 희망도 춤을 추었지 … 오른손에 낀 묵주 반지 위에서 / 보석보다 빛나는 너의 기도를 사랑한다 / 영혼의 진주가 된 너의 눈물을 고마워한다 … 우리도 일상의 빙판을 / 가볍게 뛰어오르는 / 희망의 사람이 되자고 / 푸른 하늘을 본다, 연아야’ (‘김연아에게’ 중)
이 수녀의 씩씩함과 의연함이 한껏 묻어나는 책 말미의 병상일기도 읽는 이들의 가슴을 적신다.
‘오늘도 치료를 받으러 갔어요. 병원 대기실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그리 밝지 못하고 죽음과 관계된 것이 많아 잠시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했지만, 나는 소풍 다녀오는 어린이의 심정으로 동심을 지니고 즐겁게 표정 관리를 하는 중이랍니다.’
그는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최선을 다해 투병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심정으로 작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며 “자면서도 깨어 있는 희망, 죽어도 부활하는 희망을 꿈꾸며 나의 또 다른 이름이 작은 희망일 수 있기를 겸손되이 기원해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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