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말씀 모음집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평화방송·평화신문/296쪽/1만3000원)가 최근 출간됐다.
선종 1주기(2010년 2월 16일)를 앞두고 김 추기경의 강론과 강연, 서한 등에서 이 시대가 목말라하는 말씀을 추려 엮은 책이다.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사랑’과 ‘인간’이다. 이는 김 추기경이 한평생 실천적 삶을 통해 추구한 가치이자 이상이었다.
‘참사랑은 상대방의 기쁨은 물론 서러움, 번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그래서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삼아 함께 괴로워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사랑의 의미’ 중)
‘바보천사’ 인간 김수환의 향기도 책장 곳곳에 피어오른다. 특히 조카손녀를 병마로 잃고 애통해하는 할아버지의 독백 부분에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칠 만하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고 너는 앞날이 창창한 열여덟의 꽃다운 나이가 아니냐. 너를 병문안한 그 날도 할아버지는 네 손을 잡고 ‘주님, 저를 대신 데려가주시고 이 아이를 살려 주소서’하고 기도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기도도, 믿음도 약한 탓인지 하느님은 너를 기어이 데려가셨구나.’ (‘어디가면 너를 볼 수 있니?’ 중)
마지막 편지 ‘부끄러운 고백’은 고인이 토로한 성찰의 글이다.
‘나는 요즘 정말 힘든 고독을 느끼고 있네. 86년 동안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그런 절대고독이라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는데도 모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느님마저 의심되는 고독 말일세.’ (‘추기경님의 고독’ 중)
책 말미에는 고찬근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가 김 추기경의 병수발을 들며 쓴 가슴 뭉클한 병상일기 전문이 부록으로 실렸다.
곳곳에 실린 김 추기경의 친필원고와 미공개 사진도 책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김 추기경님의 삶과 정신에서 정수(精髓)를 뽑아 올린 이 책은 ‘사랑의 목자’가 남긴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라고 전했다.
책 판매 수익금 일부는 김 추기경이 설립한 옹기장학회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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