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원로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78)씨가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자전적 동화 「나 어릴 적에」(처음주니어/112쪽/9800원)를 냈다. 지난해 봄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이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박완서표’ 동화다.
박씨는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란 부제의 이 책에서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어려웠으나 따뜻했던 그때 그 시절에 대해 풀어놓는다.
동화의 배경은 1940년대 서울. 저자는 여덟 살에 엄마를 따라 서울로 올라와 사대문 밖 가난한 동네의 어느 셋방에 머무르게 된다. 꼬불꼬불한 돌계단 길을 한없이 기어 올라가야만 다다르는 제비집 같은 초가집의 우중충한 문간방이었다.
풍족한 것 하나 없는 남루한 시절이었지만 박씨는 그때를 자신의 행복했던 나날들로 추억한다.
아침마다 배달된 주인집 신문을 몰래 훔쳐보던 일, 동네 남자 아이와 싸우고 엄마에게 혼났던 일, 사대문 안 친척 집에 사는 것처럼 속여 매동초등학교에 입학한 일, 방학 때 내려간 고향에서 서울 사람이 된 것을 으스대던 일, 감옥소 앞 계단 시멘트 빗물통에서 미끄럼놀이를 하며 놀았던 일 등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박씨는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결핍과 궁상맞음이 아닌 순수한 동심과 가족 간의 끈끈한 정에서 찾는다.
그는 서문에서 “내 유년기 이야기니까 아마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그때는 세상이 온통 남루하고 부족한 것 천지였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노라고 으스대고 싶어서 썼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때 그 시절의 아련한 모습들을 실감나게 묘사한 삽화가 책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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