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최근 또 한 권의 저술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가톨릭출판사/220쪽/9000원)를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믿음으로 위기를 극복한 성왕 다윗」 이후 꼭 1년 만이다.
정 추기경은 2003년부터 해마다 자신의 ‘니콜라오’ 영명축일(12월 6일)을 맞아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출간해왔다. 특별히 이번 저작은 1969년 첫 수필집 「목동의 노래」 이후 40년 만에 펴낸 수필집이라는 데서 더욱 의미가 깊다.
‘햇빛 쏟아지는 언덕’은 서울 명동(明洞)이다. 책 제목 그대로 명동에서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머리말에서 “짙은 안개 속에서 윤곽만 보듯이 어설프게 알고 있는 진리를 한층 더 명확하게 깨달으려 정진하는 분들에게 말벗이 되고 싶은 심정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적었다.
책은 참된 진리란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하느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원망하는 이들에게는 ‘라디오’를 예로 든다. ‘하느님의 속삭임을 들으려면 각자가 마음의 라디오 전원을 켜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다이얼과 볼륨을 하느님의 주파수에 잘 맞추고 있어야 하느님 사랑의 메시지를 그만큼 잘 들을 수 있습니다.’(53쪽)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신자들에게는 ‘연출자와 배우’를 예로 들며 격려한다.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능력과 배역을 최선을 다해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 또한 ‘추기경’의 역할을 하는 배우일 뿐이란 고백도 잊지 않는다. ‘연극이 끝나서 배우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모두가 평등한 배우로 돌아갑니다. … 단역을 맡은 배우라도 연출자의 뜻을 잘 소화해서 연기를 잘하면 명배우로 칭찬받습니다.’(46쪽)
수필집답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까지도 속속들이 담았다. 무심코 상소리를 했다가 크게 야단을 맞고 평생 욕을 입에 담지 않게 된 이야기, 전염병이 옮을까 젖 나눠주기를 꺼리던 시절에도 슬기롭게 나눔을 실천했던 모친(이복순 루치아·1996년 작고)의 이야기 등도 소개했다.
또 각종 도서와 언론에서 접한 과학기사와 최근의 시사이슈, 세계 각국의 속담과 철학 등을 다채롭게 인용하고, 소설가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언급하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관심사를 드러냈다.
책 말미에는 지난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도 풀었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인간 삶에 가장 핵심적인 말씀을 남겨주셨다”며 “그분께서 남기신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 전체에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밤이 길고 어두울수록 새벽을 여는 빛은 더욱더 밝을 것”이라며 “진리와 선에서 비롯되는 평화와 생명을 갈망하는 모든 분들에게 밝은 언덕에 쏟아지는 한 줄기 천상의 햇빛이 비추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구입 문의 070-8233-8240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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