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쉽지 않은 주제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밟으며,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문학을 하는 문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시(詩)를 피해 도망다녔다”는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52)씨도 그랬다. 지천명이 넘어서야 아버지의 문학이 새삼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고 구상(세례자 요한?1919~2004) 시인의 외동딸인 구씨가 올해로 타계 5주기를 맞은 부친과의 가슴 뭉클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최근 펴낸 신작 에세이집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우리글/240쪽/9500원)를 통해서다.
에세이집에는 자연과 문화, 신앙, 가족, 일상 등을 주제로 각종 지면을 통해 발표한 산문 50여 편이 실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자명이 바라본 구상 시인’이다.
두 돌을 넘지 않은 자기 엉덩이를 아버지가 철썩철썩 내려친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저자는 수 십 년 동안 가슴에 묻어온 “아버지, 저를 사랑하시나요?”라는 물음을 끝내 묻지 못한 것이 속상하고 안타깝다.
“왜, 물어보지 않았던가? 물어보기만 했더라면, 틀림없이 아버지는 ‘사랑하고말고!’라고 말씀으론 못해도 고갯짓으로라도 대답하셨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왜냐하면 그분이 마지막 병고의 고통 속에서도 이따금 나를 향해 보내는 무언의 눈빛이 그러했기 때문이다.”(165쪽)
구씨는 자신이 부모 돼 똑같은 부성(父性)의 길을 걷게 돼서야 답장을 쓴다. 당신은 평생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한번도 심심할 틈 따윈 없어 보이는 ‘몹시도 꽉 찬 보름달’ 같았다고.
그는 “문학에의 피 말리는 정진, 수많은 지인들에 대한 끊임없는 배려와 보살핌, 우주만물의 섭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바치는 나날의 진지한 기도에서 아버지의 실존을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조광호 신부(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교수)는 “책을 읽어가다 보면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안타까운 치열한 삶의 현장 한가운데서 작가와 함께 길을 가는 동행자가 된다”고, 조창환 시인(아주대 인문학부 교수)은 “그녀가 하느님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진실한 공감의 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각각 추천사에서 적었다. 표지 그림을 비롯해 책 곳곳에 실린 삽화들은 서양화가인 남편 김의규(가브리엘·54)씨의 작품이다. ※구입 문의 02-566-3410 도서출판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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