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규정(스테파노·72)씨가 최근 신앙칼럼집 「아름다운 누룩」(푸른별/338쪽/1만2000원)과 산문집 「우리들의 가면무도회」(푸른별/344쪽/1만원)를 잇달아 펴냈다. 1977년 문단에 나온 이후 무려 32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정통’ 소설만을 고집해 온 이씨에게 이번 두 권의 책은 ‘외도’로 비칠 일이다. 오히려 주위에선 「들러리 만세」, 「퇴출시대」, 「아버지의 브래지어」, 「패자의 고백」등 그의 대표작보다 더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와 살짝 당황스러워 보인다.
그는 “그동안 소설에만 신경 쓰다 보니 산문집은 엄두를 못 냈다”며 “이번 두 권의 책 말고도 6~7권 분량의 원고가 더 있다”고 귀띔했다.
이씨의 직설적이면서도 꼬장꼬장한 문체는 낯설지만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켜켜이 쌓인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며 세태에 대한 질타를 서슴지 않는 작가에게서 독자들은 대리만족까지 느낄 법 하다. 그래선지 두 권 모두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가정 공동체의 복음화’는 부부가 부부윤리를 중시할 때 가능하다며 ‘성도덕의 타락’에 일침을 가하고(아름다운 누룩/15쪽), 대부모의 진짜 잘못은 대자녀를 팽개치는 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대부모임을 내세우며 군림하는 것(아름다운 누룩/57쪽)이라고 꼬집는다. 또 무분별한 성형수술에 대해 ‘꼴값도 못한다’며 지적하고(우리들의 가면무도회/13쪽), 엄숙하고 신성해야 할 결혼 예식이 ‘만세삼창’ 등 온갖 저급한 쇼로 물들어 간다며(우리들의 가면무도회/29쪽)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쓴 소리 모음’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조근조근 써 내려간 일상의 이야기와 삶에 대한 단상들은 물론 논설과 논문, 해외 여행기, 각종 축사 및 추도사, 선배 문인들에 대한 회고록까지 담았다.
그는 책 말미에서 “새삼 읽어보니 교훈성이 짙어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그러나 읽기에 따라서는 신앙생활의 길잡이 역할도 할 것 같다”고 적었다.
이규정씨는 1977년 월간 「시문학」지에 단편 ‘부처님의 멀미’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20여 편의 소설집과 소설선집, 대하소설, 이론서 등을 펴내고, 일붕문학상?부산시문화상·한국가톨릭문학상·신라학술상·홍조근정훈장·요산문학상·가톨릭대상·부산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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