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우물만 판 자기 인생을 회고하며 “난 참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 전갑수(베르나르도·55) 기쁜소식 대표는 스스로를 ‘행운아’라 부른다.
그 행운아가 창립한 기쁜소식 출판사가 올해 12월로 20주년을 맞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판업은 하향세로 접어들었지만, 그는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한눈을 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왔다.
11월 마지막 주 서울 성북동 기쁜소식에서 만난 전 대표는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고마운 은인들이 많다”고 했다. 하느님도 고맙고, 직원들도 고맙고, 자신이 만든 책을 구입하는 모든 이들도 고맙다고 했다. 그가 이번 20주년 모토를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로 정한 이유다.
전 대표는 소신학교와 가톨릭대 신학과를 다녔다. 그가 초등학교 때 작고한 부친의 유언 때문이었다. 그러나 갈등과 번민을 거듭하다 사제의 꿈을 접었다. 그때가 1979년. 이후로 그의 삶은 거친 파도를 탔다.
“교회 안팎으로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며 일을 배웠습니다. 책 나르는 일부터 인쇄, 제본, 디자인, 제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당시엔 제가 출판사 사장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노(老)사제가 그에게 고언을 던졌다. ‘앞으로는 신자 재교육을 위한 책이 많이 필요할거야….’
그 한마디가 그의 팔자(八字)를 또 한번 뒤틀었다. 무릎을 탁 치는 아이디어가 번뜩였고, 이튿날 종로구청으로 달려가 출판업을 등록했다. 1989년 12월 한 평신도에 의해 교회 출판사가 설립되는 순간이었다.
“첫 출간물이 ‘성서못자리’ 교재입니다. 당시 신학교 1년 선배인 안병철 신부님을 찾아가 무작정 원고를 받아왔습니다. 성서못자리 교재는 지금까지도 기쁜소식이 내고 있으니 대박 히트 상품인 셈이죠.”
기쁜소식은 1990년 1월 첫 출간물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총 250여종의 책을 세상에 내놨다. 교리서, 성경읽기, 그룹공부 교재 외에도 각 본당 사료집과 화보집, 달력, 헌금봉투 등 교회와 관련한 모든 인쇄물을 잇달아 선보였다. 전 대표가 맨몸으로 시작한 출판사는 현재 직원 8명을 거느리며, 교계 출판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규모로 성장했다.
전 대표는 기쁜소식이 ‘틈새시장’임을 자임한다. 교계 출판사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세세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단 한 권이라도 쉽게 사라지는 책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며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책을 계속해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쁜소식은 12월 8일 오후 6시 서울 혜화동성당에서 교계 출판 관계자와 지인들을 초청해 안병철 신부 주례로 창립 2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문의 02-762-1194 기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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