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시성 25주년을 맞아 당시의 시성 과정과 뒷이야기들을 정리해 놓은 「103위 성인의 탄생 이야기」(푸른역사/360쪽/1만8000원)가 나왔다. ‘특별한 한국천주교회사’란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시성 당시 한국교회의 시성청원인(Postulator)으로서 실무를 담당했던 윤민구 신부(수원교구 손골성지 전담).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시성청원을 맡게 된 사연부터 함께 했던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 및 사건들, 한국교회의 노력들, 교황청의 배려 등 103위 시성 추진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윤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한국의 103위 성인 시성은 그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당시 한국교회는 시성 절차에 대한 지식과 자료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성 수속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황청 시성성은 한국교회가 기록의 미비 등으로 기적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기적 심사를 관면해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시성식이 서울에서 거행된 것도 예외적인 경우였다. 시성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되지만,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이 성사되면서 서울에서 행사가 열리게 됐다.
또한 103위 시성식의 원래 명칭은 ‘한국의 라우렌시오 앵베르, 시메온 베르뇌 주교들과 김 안드레아 및 100위 동료 순교복자들의 시성’이었으나 한국교회의 각고한 노력과 요청 끝에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 및 101위 동료 순교자들의 시성’으로 명명됐다.
윤 신부는 103위 시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 김수환 추기경과 방한 일정 중 한국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록도를 방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야기도 전한다. 또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7개월 남짓 로마의 기숙사 방에서 모시고 살았던 일화도 소개한다. 책 말미에는 교황청의 관련 법령과 함께 한국 103위 성인들에 대한 간단한 약력도 실었다.
윤 신부는 “103위 시성 과정의 이야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때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둬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1975년 사제품을 받은 윤민구 신부는 1983년 로마 라테라노대학에서 사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3년까지 수원가톨릭대 교수를 역임했다. 주교회의 사무차장을 거쳐 수원교구 대천동·수지·이천·야탑동본당 주임 등을 지낸 뒤 현재 손골성지 전담 신부로 사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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