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기업경영은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행동을 대상으로 한다. 종업원의 행동, 소비자의 행동, 투자자의 행동 등과 같은 인간이 주체인 행동을 기업에 대해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이끌게 할 것인가가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영어단어의 행동(behavior)이란 의미는 통제되고 강제되는 움직임이 아닌 스스로 가치 판단에 의해 의미성을 지향하며 자발적으로 행위함에 가깝다. 인간은 본원적으로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에 있어서 궁극의 의미성 발견은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업경영의 성공열쇄는 바로 이들 종업원, 소비자, 투자자인 사람들에게 의미성을 찾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인간으로서 지향하는 궁극적인 의미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영성적인 성찰을 통해 얻게되는 자아의 발견과 이를 통한 이타적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 속에서 기업의 언어는 제도와 시스템이고 기업의 사고와 운영은 철저히 기계적이고 공학적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환경이 본격화 된 이후 지난 수십년 간 기업경영의 키워드는 경쟁과 효율이었다. 기업의 이익은 제동장치 없는 탐욕의 대상이 되었다. 관료적 감독과 통제에 기반한 인사시스템,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마케팅 시스템, 상생의 조화를 저버린 협력업체 관계관리,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 비용은 철저히 외면한 생산기술 등 기업의 지난날 모습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선의 추구와는 결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제 인류 문명사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의미성과 가치의 추구를 갈망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탈산업화 시대의 경영환경은 기업 경영이 더 이상 관료적인 통제시스템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모든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공감을 통해야만 가능해 짐을 시사하고 있다.
인생에서의 행복은 그것만을 추구할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각자의 소명 아래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갈 때 더불어 따라오는 것이듯, 기업의 이익도 그것만을 탐욕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 옳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나갈 때 더불어 따라오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인류 문명사회에서 궁극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종업원, 소비자, 투자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랑의 기업에 대해 공감하고 기꺼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종업원은 회사와 일에 큰 보람과 애정을 느끼게 되고, 소비자는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고 충성스러운 구매를 할 것이며, 투자자는 기꺼이 회사에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이 모두가 결국 기업의 재무적인 이익으로 돌아와 기업의 경제적 효익도 극대화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기업이 이타적 사랑을 실천하고 선행을 베풀면서 시장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쟁력도 더불어 얻게 되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새로워진 경제환경의 큰 변화에 주목하시며 기업경영에 있어 사람이 더욱 중요해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셨다. “현대 사회와, 최근일지라도 과거 사회의 경향들은 서로가 독특하게 다르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전에는 생산의 결정적 요인이 땅이었다면, 그 후에는 기계와 생산 수단의 총체로서의 화폐의 자본이고, 이제는 그 주요인이 점점 더 인간 자신이 된다. 즉, 인식과 학문을 통해 나타나는 인식 능력, 연대적 의지를 조직할 능력, 다른 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충족시킬 능력이다.”
우리 가톨릭 교회의 면면한 역사를 살펴보면 이처럼 성공적인 기업경영 사례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천년전 유대땅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사나이가 평범한 인간들이었던 그의 열두 제자와 이후 전세계 인류를 변화시키시고 구원하신 이 엄청난 프로젝트. 이 엄청난 비즈니스 케이스의 핵심은 당신 스스로 겪어내신 십자가의 완전한 고통과 죽음을 통해 보여주신 그분의 우리 모두에 대한 사랑이다. CEO 예수의 사랑의 리더십은 이제 새로운 시대 경영학 텍스트의 절대 교본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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