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다 보면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온다. 어느 한 곳 온전한 곳이 없는 듯하다.
세미나나 심포지엄에 참석해도 다루는 분야마다 이런저런 문제로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모습들이다.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렇게 어수선한 세상에 수도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느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오랫동안 뇌리를 스친다.
신앙인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니 온 천지가 문제 덩어리였다. 어디 한 곳을 바라봐도 문제가 없는 곳은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긴장된 남북문제, 정치인들의 당략싸움, 온전치 못한 먹을거리, 청소년 비행, 온갖 가정문제, 4대강 개발추진으로 인한 진통들, 환경과 자연 파괴로 인한 천재지변 등등….
문제를 안고 기도를 하다 보니 그 신앙인이 화가 났다.
“아니 하느님, 당신은 이런 문제들이 안보이십니까? 이런 많은 문제들을 보시고도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바라만 보고 계시다니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하고 따지고 들었다.
혼자서 씩씩대며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하느님께서 응답을 하셨다.
“나는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단다. 그 많은 문제들의 대책이 바로 너이니라!”
대책이 나라니….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문제의 대책이 나라니.
그렇다. 하느님은 뒷짐만 지고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세상의 빛이 되라고 교회를 세우셨고,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를 가정의 기둥으로 세워 놓으셨고,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을 뽑아 놓으셨고, 4대강 문제의 대책이 우리 국민이고, 용산참사의 대책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우리 모두이고, 환경문제와 자연파괴범이 우리 모두였다.
이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외면하는 것일까?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정이라고 본다. 가정이 바로 서야 교회도 사회도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정교리연구소에서 일한 햇수가 8년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하심이 무엇일까 묵상하게 된다.
가정교리는 첫영성체 대상자 가정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교리교육이다.
자녀의 신앙교육의 첫 번째 책임은 부모에게 있기에 부모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1년 동안 진행된다.
모임을 위해 준비된 교사들이 부모모임을 주관하여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에게 모범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삶으로 체험한 교리내용들을 어린이 모임에서 놀이와 활동 등으로 교리내용을 강화하고 심화시키는 방법이다.
이 소임을 하면서 받는 가장 큰 도전은 1년이란 기간이다. 우리 자녀에게 신앙과 인성을 키워주고 부부의 관계와 부모의 역할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일진데 왜 8년 동안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해답을 해야 하는가?
요즘은 유치원도 2~3년을 다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합하여 12년 그리고 대학 4년을 다니는 게 길다고 불평하는 부모들이 있는가? 모르겠다.
혹 문교부나 교육청에도 이런 교육기간이 길다고 문의가 쇄도하는지는.
정말 하느님을 믿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교리교육 기간이 길다고 불평할 수 있을까? 평생을 해야 할 신앙생활을 자녀에게 인도하는 부모의 사명을 사제나 수도자 교리교사들에게 위임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한쪽의 불평불만은 또 다른 긍정의 힘을 창출해 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한 교사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들과 함께 하는 30~40대 젊은 부모들이 신앙의 맛을 들여가며 하느님을 찾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역동적인 활동을 체험한다.
우리 모두는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보이는 문제의 대책이 자신이란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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