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중심을 이루는 중요한 두 축이 있다면 그것은 가정과 일이 아닐까? 행복한 가정과 직장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행복은 바로 이웃에게 그대로 전염되어 그 사회 공동체의 건강함을 이룬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많은 현대인들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괴로워하고 이는 다시 가정의 불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은 기업을 불신하고 있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물질만능주의, 불안정한 고용, 노사 간의 불신, 환경파괴 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인류는 무엇을 위하여 이토록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갖은 병폐가 오히려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심각하게 드러냄을 우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은 국가 이상의 힘을 소유하게 되었고,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그만큼 기업이 가지는 사회에 대한 책임 또한 더욱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기업경영 분야에서 이기적인 탐욕이 아닌 이타적인 사랑의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최근 경영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 기업경영의 근본원칙을 이타적인 사랑으로 보고 실제로 이러한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연구하는 하나의 학풍이 조성되고 있다.
사실 기업경영도 결국은 인간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인간적인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 정신이야말로 인간을 감동시키고 움직이게 한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를 비로소 확인하게 된 것이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사회사목 교리는 이러한 인간성 회복을 향한 기업의 시대적 소명을 이미 오래전부터 분명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비오 12세 성하께서는 “기업이란 주주 집단의 모임이라기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여러 다양한 협력자들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정의하신다. 그리고 기업의 근로자는 그 스스로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니는 주체이지 소모품과 같은 단순한 생산요소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기업을 공동체로 보는 관점은 결코 기업본연의 경제적 요구인 수익성 추구, 위험부담, 생산성 증대, 경쟁과 효율 등을 간과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매우 중요한 말씀을 주신다. 오히려 공동체정신에 기반을 둔 기업경영이야말로 기업의 경제적 요구를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다시 인간사회를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루게 함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이는 최근 경영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핵심적 이론과 매우 일치하는 부분이다. 기업의 공동체적 관점은 서로의 반목을 극복할 수 있는 신뢰구축의 열쇠이기도 하며, 탈산업화 지식기반경제 환경의 새로운 시대에 진정한 기업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기업경영의 근본은 사랑이어야 한다. 종업원이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어야 하고, 소비자는 그 회사의 제품을 믿고 사랑하고, 협력업체는 회사와 조화로운 상생의 관계를 가지며, 투자자는 회사에 대한 믿음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그리고 지역사회는 그 회사가 소재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기업이다.
이러한 사랑의 기업들이 세상에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최근의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재무적 성과를 꾸준하게 보이고 있음은 매우 인상적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이익이란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사랑과 함께 더불어 따라오는 것이지 그것만을 욕심을 가지고 잡으려 한다면 오히려 놓치게 된다는 진리이다.
사랑의 기업을 위해서는 기업인, 종업원, 노조원, 소비자, 그리고 투자자이기도한 우리 모두가 기도를 통해 우선 각자 스스로 깨어있고 사랑으로 충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기업 정신을 구현하는 일은 삶의 현장에서 각자의 노동을 통해 교회의 가르침을 완성하는 이 시대 우리 모두가 가지는 매우 중요한 소명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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