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이바라기 노리코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
올해 한국가톨릭문학상 ‘소설부문’ 수상에 빛나는 소설가 공선옥(마리아 막달레나·46)씨가 신작 장편소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문학동네/304쪽/1만원)를 냈다.
저자가 지난 1월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인터넷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cafe.naver.com/mhdn)에 일일 연재했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소설의 제목은 일본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1926~2006)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
이 작품도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섬세한 언어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영락없는 ‘공선옥표’ 소설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슬퍼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슬펐던 청춘시절에 바치는 헌사’라는 부분에서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소설은 1980년대 초반 광주를 배경으로 ‘대학에 떨어지고 오갈 데 없는’ 주인공 마해금과 그녀의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 속 청춘들은 가출을 경험하고, 시위를 하다 감옥에 가며, 무고하게 죽기도 하고, 대학을 다니다 공장에 취직을 하고, 아빠 없는 아이를 낳고, 가난한 가족들 틈에서 치이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진한 슬픔이나 끓는 분노 같은 것은 없다. 그들과 비슷한 시절, 같은 곳에서 스무 살을 보낸 작가는 그 시절 청춘들이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 가슴 아팠던 우리네 역사를, 당시 청춘을 외쳤던 어른들에게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공씨는 ‘작가의 말’에서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잘 있으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우리는 그 시절과 이별했다”며 “아쉽고 서운하고 서러운 그 마음이 사실은 이 글을 쓰게 했는지 모른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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