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까칠해진 입맛을 되살려줄 진부령 무공해 산나물이 3월말 첫 선을 보인다.
춘천교구 간성본당(주임=여성재 신부) 「진부령 농산물 유통 사업단」(단장=김창환ㆍ안토니오)이 직송 판매하는 산채들은 당일 채취해 다음날 서울 가정의 아침 식단에 올라올 만큼 신선도에선 으뜸이다.
예로부터 「진부령 산나물」하면 상품(上品)으로 누구나 인정할 만큼 유명하다. 진부령 산나물은 설악산과 강원도 고산 일대 청정지역에서 야생으로 자란 무공해 산채이다. 또한 이 지역이 해양성 기후로 일교차가 커 영양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맛이 좋을 뿐 아니라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진부령 농산물 유통 사업단」이 자랑하는 산채는 「전방더덕」. 이젠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산더덕이지만 이곳에선 아직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주민들을 제외하곤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전방지역이라 수십 년 된 산더덕들이 다반사로 널려 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이 더덕들을 「전방더덕」이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자연산 취나물, 고사리, 곰치, 두릅, 돌미나리, 산 머루, 얼러지, 다래순 등이 유통사업단이 자랑하는 진부령 무공해 산나물 등이다.
간성봉단 「진부령 농산물 유통 사업단」이 탄생하는데는 가슴 아픔 사연들이 많다.96년 4월 23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도 고성군 일대 임야 3천8백여 ha가 잿더미로 변해 지역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고성군은 국내 최대 자연산 송이버섯 산지였으나 이 불로 앞으로 50여 년간 그 명성을 잃게 됐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실의에 찬 고성 주민들에게 또 다른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셨다. 그것이 바로 「자연산 산나물 채취 영농사업」이다. 울창했던 송림이 화마로 잿더미가 되자 그간 볕이 적어 제대로 자라지 못했던 산나물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진부령 산나물은 지역 내에서 소비하기엔 구매자가 적어 품삯도 나오지 않을 만큼 채산성이 맞지 않자 주민들은 이것마저 포기해야만 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고성 주민들의 삶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춘천교구와 간성본당이 산불 재해지역 지원사업으로 97년 4월부터 시작한 것이 바로 「진부령 농산물 유통사업단」이다.
간성본당 「진부령 농산물 유통 사업단」은 지역에서 생산된 산나물 전량을 수매, 별도의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춘천교구내 본당과 대도시 백화점에 직송 판매하고 있다.
지난 해 교구에서 8천만 원을 지원 받아 산나물 수매를 위한 냉동차를 구입하고 간성읍 어천리에 가공공장을 마련한 「진부령 농산물 유통사업단」은 6천5백여 만 원의 소득을 올려 농가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금년 3월5일 본당 사목회의에서 올 산나물 사업 직접 수매가 예산 2억 원을 확보한 「진부령 농산물 유통사업단」은 고성 산불 전 재해지역으로 수매지역을 확대했다.
진부령 농산물 유통 사업단 수매에 참여한 농가는 지난 해 60농가에서 금년에 1백50여 농가로 늘었다. 지역도 고성군 간성읍 6개 마을 12개리, 죽왕면 9개 마을 12개리, 토성면 4개 마을 8개리로 확산됐다.
김창환 유통사업단장은 『금년부터 재해주민들의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시켰다』며 『금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이 사업을 연속적으로 지속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단장은 『금년 사업이 잘 진행될 경우 산불 재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난해 대비 300% 증가한 1억5천여만 원의 농가 소득원이 생겨날 것』이라며 『이 사업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회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전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사회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타 지역민들도 협조와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단장은 또한 이 사업이 단순히 지역민들의 경제적 도움을 위해 마련된 운동이 아님을 피력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산불 재해지역 주민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 뿐 아니라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신앙 공동체를 구현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사업단은 진부령 산나물의 전국 유통을 위해 「냉동산채」를 개발할 예정이다.
4월 초순부터 서울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 반포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지에서 직판할 예정인 진부령 농산물 유통사업단은 구입을 원하는 본당과 신자들을 위해 주문, 방문 판매도 실시할 계획이다.
진부령 농산물 유통사업단 연락처: (0392) 681-1076, 3375. 팩스 (0392) 681-0276
[우리 먹을거리, 우리가 먹읍시다] (15) 본당 특산물 소개 - 춘천교구 간성본당 산나물
“교구 지원 지역민 구제사업”
고산지대서 자란 “진부령 무공해…”
풍부한 영양 높은 당도…향도 강해
「…유통사업단」설립 고성 산불재해 지역 1백50여 농가 참여
경제적 피해 정신적 상처 치유하는 지역 공동체 구현사업
4월초부터 백화점에서 직판
발행일1998-03-22 [제2094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