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최근 수년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된 소공동체운동에 힘입어 신자들 사이에 대화의 빈도나 구역ㆍ반모임 참여율이 크게 증가되었지만,이와 동시에 본당생활에서 공동체적 유대를 체험하지 못하는 신자들 역시 크게 증가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거의 대부분의 신자들(87.6%)은 가정생활이나 일상생활,혹은 신앙생활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마음을 터놓고 상의하거나 의지할 수 있는 가톨릭 신자가 있다고 응답했다.그러나 이런 의지나 상담 상대는 대부분 한두명으로 제약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본당의 다른 신자들과 신앙생활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편이라고 응답한 신자들은 전체의 55.4%,일상생활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편이라는 신자는 전체의 56.9%로 나타났다(<표―2>참조).신앙생활과 일상생활에 관한 대화의 어느 쪽이든 신자들간에 대화를 나누는 빈도는 10년전에 비해 증가했으며,그 중에서도 일상생활에 관한 대화의 빈도가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그러나 동료 신자들과 거의 대화하지 않는 신자들,다시 말해 본당내에서 심한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신자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위험한 추세 역시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소공동체운동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노력의 결과 구역모임이나 반모임에 대한 참석률은 10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했다(<표-3> 참조). 그러나 예상대로 구역ㆍ반모임 참석률은 성별에 따라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구역ㆍ반모임에 참여적인 신자의 비율은 여성의 경우 71.4%에 달하지만 남성의 경우 28.5%에 그치고 있다.
한편 본당 신자들과 형제자매라는 공동체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신자는 66.0%에 달한다.그러나 그같은 느낌을 일상적으로 체험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10명중 3명 이상이며, 더욱이 10년 전에 비해 그런 신자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표-4>참조).가톨릭 신자로서의 자부심을 별로 혹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신자도 10년 전에는 10명중 1명꼴이던 것이 현재는 10명중 2명 가까이로 크게 늘어났다(<표-5>참조).
「신앙의 개인주의화」농후
한편<표-6>을 통해 평소 가톨릭 신자로서 갖는 기쁨과 자부심의 내용을 살펴보면,신앙의 개인주의화 내지 사사화(私事化) 경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가톨릭 신자들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은 마음의 위로와 평화(56.0%),건강,진학,취업 등 신앙을 통한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13.5%), 가톨릭 교회의 사회복지와 정의구현 활동 등과 같은 다양한 노력(10.2%),신앙을 통한 가족의 화목(6.1%),가톨릭 교회의 순교전통과 자랑스러운 역사(4.7%), 가톨릭 교회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 평가(3.4%) 등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고,가톨릭 신자로서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만한 것이 전혀 없다는 신자들도 3.5%를 차지하고 있다.문제는 이것들 가운데 마음의 위로와 평화,신앙을 통한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 신앙을 통한 가족의 화목 등 개인과 가족에 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75,6%), 교회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나 교회의 대사회적 봉사와 사회적 공신력에 관한 것은 전체의 20.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10년 전과 비교해 보더라도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자부심의 정도 그리고 교회 전체에 대한관심의 정도는 모두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1987년의 60주년 기념조사의 경우,「한국교회의 장점」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이번 조사와는 달리 개인적인 종교적 이득 혹은 혜택과 관련된 범주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그렇다 하더라도 당시에는 가톨릭 교회의 순교전통과 역사를 장점으로 꼽은 신자가 전체의 59.1%,가톨릭 교회의 사회복지 및 정의구현 활동을 지적한 신자가 전체의 28.9%에 달했던 데 반해,이번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4.7%와 10.2%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신자들은 동료 신자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먼저,신자들은 동료신자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신앙인다운 모습을 제대고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64.4%의 신자들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는 반면,나머지 35.6%는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표-7>참조).신자들의 신앙과 실생활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더욱이 거의 비슷한 비율의 신자들이 자기 스스로가 신자 답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8>참조).
전체 신자의 73.6% 정도가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데,이 가운데 가장 자주 지적된 부분이「신자답게 살지 못한다는 죄의식」(37.9%)인 것이다.이 밖에도 신자들은 매주 미사참례의 의무와 복잡한 교회의 전례(18.7%),판공성사(14.0%),교무금과 각종 헌금,성당 건축비의 부담(9.7%),너무 방대하고 어려운 교리(6.8%),교회의 지나친 요구사항(4.4%),경제적 빈곤과 교육적 무지에 따른 소외감(3.2%) 등을 평소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신앙생활 부담느낀다 73.6%
또한 <표-9>에서 보듯이,신자 10명중 4명 정도는 교회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고,14.8%의 신자들은 비교적 여러 차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토론하고 있다.이때 주목되는 점은,교회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는 신자들의 비율이 동료 신자 가운데 생활상의 어려움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상의하거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그렇다면 신자들은 언제 그리고 왜 교회를 떠나버리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가?<표-10>과 같이,여기서도 신자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실망(13.8%),그리고 자신에 대한 죄책감(12.7%)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그 밖에 미사나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감(12.4%),신앙에 대한 근본적 회의(9.5%),본당 신부나 수녀의 태도나 행동에 대한 불만(7.1%),ㆍ직장ㆍ학업ㆍ가계ㆍ가사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6.5%),여가, 취미활동,교우관계와 같은 개인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6.4%), 교회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분위기에 대한 불만(4.9%),다른 신자들과의 다툼 또는 불화(4.7%),경제적 부담(4.1%),본당 공동체의 비대화에 따른 소속감의 상실(4.0%),교회 내에서 터놓고 사귈 만한 사람의 부재(3.7%),교회의 가르침이 사회분위기와 동떨어져서(3.0%),신앙생활로 인한 가족들간의 불화(3.0%), 기도의 효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2.5%),교회에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느끼는 경우(1.2%)등이 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조사의 뚜렷한 결과중 하나는 신자층의 양극화이다.이 점은 진난 10년 동안 신자들간의 대화 빈도나 구역ㆍ반모임 참여율이 크게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본당내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된 신자들 역시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신자들의 이같은 양극화 추세는 일차적으로 우리 교회의 공동체성이 약화되면서 내적인 분열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또한 소공동체운동이 신자들간의 공동체적 의식이나 유대를 증진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그것만으로 본당 비대화의 부작용을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주기도 한다.나아가 이번 조사 결과는 참여층의 편향성이나 제한성으로 인해 오히려 소공동체운동이 교회 공동체의 양극화를 촉진시키는 역기능을 수반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