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뒤서거니 환갑을 넘어 함께 살아온 햇수가 서른여섯 해. 그동안 딸 넷을 얻었고 5월 1일 막내딸을 혼인시켜 네 딸을 모두 떠나 보냈다.
서울대 국문과 심재기(바오로ㆍ60) 교수와 숙명여대 국문과 이인복(마리아ㆍ60) 교수 부부는 자랑스럽게 성장한 네 딸들의 혼인 때마다 화려한 혼수 대신 평생을 새길 수 있는 교훈을 물려주었다. 매번 혼인 때마다 혼수를 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으로 이웃을 위한 성금을 내놓았던 것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헐벗고 굶주리는 어려운 이웃들이 부지기수지요.내 딸들이 안락하고 명예로운 삶보다는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가꿔주길 바랍니다」
소위 IM라는 어이없고 힘든 시절을 사는 우리들에게 이웃에 대한 사랑과 검약의 정신을 일깨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89년부터 미혼모들을 위한 쉼터「나자렛 성가정원」을 운영해오고 있는 이들 부부는 그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딸들의 혼인때 혼수를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았다. 61년 혼인한 뒤 신혼여행도 가지 않고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한 자신들과 같이 딸들의 혼수를 생략하고 절약한 비용을 이웃을 위해 내놓았던 것이다.
지난 85년 큰딸 진영(35)씨의 결혼식 때는 혼수비를 용인의 뇌성마비 장애인의 집 설립 자금으로 보탰고 이듬해 둘째 딸 선영(33)씨의 결혼식때도 지체장애인 재활원 설립 비용으로 썼다.
90년 셋째딸 미영(31)씨의 결혼식때에는 미혼모의 집 운영을 위해 혼수비를 내 놓았다. 사랑하는 딸들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달랑 결혼식때 입을 옷 한벌이 전부였다. 식사대접도 하지 않았고 답례품도 없었다. 축의금은 모두 나자렛 성가원 운영에 보탰다.
5월 1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 혼인한 막내딸 우찬(26)씨도 마찬가지. 손님 접대비를 없애고 3백만 원을 성당 신축기금으로 내놓았다.이번에도 축의금은 모두 미혼모의 집 운영에 쓸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답례품을 준비했다. 막내딸의 결혼식에 맞춰 펴낸 부부수상집「막내딸의 혼인날」(우진출판사)을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에게 선사했다.
「막내딸의 혼인날」은 그동안 두 교수부부가 이곳저곳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것으로 두 사람의 삶과 사고가 세세한 부분까지 정감있게 드러나 있다.
심교수는 책을 두고「어쩌면 같잖은 인생 풋내기의 헛기침이지만 또 어찌 보면 거짓없는 내 삶의 진솔한 표정」이라고 말했고 이교수는「자식들의 마음이 해이해지거나 그 자손들에게 할머니의 생각을 전해주고 싶을 때 소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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