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연소 전통식품 명인 남상란(마리안나ㆍ52ㆍ대전교구 연무본당)씨가 빚어 만드는 가야곡「왕주」(王酒)는 예수가 가나 혼인 잔치에서 만들었던 포도주의 맛과 상통(?)한다. 왜냐하면 남상란씨의 술은 끝없는 기도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남상란씨는 『내가 만드는 술이 많은 이들의 기쁨과 슬픔에 그리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며 『세례 받으면서 왕주를 만들게 돼 항상 기도 속에서 술을 제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상란씨가 만들어 내는 「왕주」는 백제시대부터 궁중(宮中) 술로 알려져 제왕(帝王)들의 제사에 제주(祭酒)로 쓰여졌으며 현재도 무형문화재 제56호 종묘대제(宗廟大祭)에 제주로 쓰여지고 있는 전통 한국 술이다.
남상란씨와 왕주와의 인연은 그가 태어나면서부터다. 그녀의 외할머니인 민재덕 여사가 명성황후의 직계손으로 어려서부터 외할머니가 왕주를 직접 빚어 집안 대소사에 사용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컸다. 16살때부터 집안에서 왕주를 직접 만들게 됐고 이 기억이 오늘날 그녀를 있게 했다.
그러나 남씨가 술 제조를 업(業)으로 삼기까지는 21살 되던 해에 공주 인근의 노성에 있는 양조장 집으로 시집을 가면서 부터다. 남편의 직업이 술제조업이고 이런 연고로 남씨는 술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상란 명인은 『처음 시집와서는 아녀자이기 때문에 술제조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15년 전 충남 논산 가야곡면 육곡리로 이사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왕주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렇게 그녀가 만드는 술은 맑고 수려하기로 유명한 가야곡 청정 지역의 물과 결합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왕주의 큰 특징은 숙취가 없고 뒤끝이 깨끗하다는데 있다.
흔히 애주가들은 곡주를 사양한다. 왜냐하면 마실 때 부드러움보다 다음 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주는 가야곡 지하 1백50m의 암반수와 찹쌀 야생국화 대추 구기자 음양곽 당귀 등 15가지가 넘는 한약재가 그 원료로 사용되어 숙취가 전혀 없다.
술 맛히 독특하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약초내음이 일품인 왕주는 전국적인 애주가들의 구미는 물론 현재 일본에도 수출계약을 맺은 상태로 외화 벌이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해 12월 농림부장관으로부터 국가지정 인간문화재 명인 제13호로 지정된 남상란씨는 현재 무형문화재 지정서를 제출하기위해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좋은 술을 생산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남상란씨는 술제조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신앙이라고 역설한다. 먹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음식이 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된다는 얘기다. 남상란씨는 바로 이런 연유로 항상 기도속에서 술 빚는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대전교구 유흥식신부와 친인척간이기도 한 그녀는 왕주가 「보신주」임을 확신한다.
왕주 외에도 막걸리로 분류되는 「뻑뻑주」 「동동주」 등도 생산하고 있는 남상란씨는 올 봄 부터는 소주 생산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동소주로 대변되는 증류식 소주에 도전장을 당당히 내민 그녀는 『얼마전 일본의 바이어들이 다녀갔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전하면서 『수입 양주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고급 소주를 곧 생산, 일반인은 물론 외국에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랑이 담긴 술을 생산하려는 남상란씨. 그리고 그를 도와 함께 일하고 있는 남편 이용훈(아우구스티노ㆍ53) 사장, 장남 정연(미카엘ㆍ31)씨를 비롯 세 아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왕주 공장의 모습은 가나 혼인 잔치와 같은 훈훈한 정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우리 먹을거리 우리가 먹읍시다] 우리고장 특산물 가야곡 청정수로 만든 「왕주」
기도로 빚는 전통 “임금님 술”
백제시대부터 전해온 궁중술
현무형문화재 종묘대제 제주
전통식품 명인 남상란씨 제조
발행일1998-05-10 [제2101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