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기쁨의 달로 다가와야 할 98년 가정의 달 5월은 그 어느 해보다 장애인을 둔 가정에 쓸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넘었건만 장애인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정부의 무관심 속에 IMF체제가 강요하는 고통스런 현실이 장애인들이 그간 어렵게 일궈왔던 삶의 기반마저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헌법은 「신체장애인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헌법정신을 드러낸 법이 「장애인고용촉진법」「장애인 노인 임산부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등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장애인들에게 차갑게만 다가가고 있다.
장애인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장애인 복지예산 취소나 삭감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서울시의 경우 지하철역 등의 휠체어리프트와 장애인변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계획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안산시도 장애인복지기금설치 조례를 부결처리, 20억원의 기금 설치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시설설치로 인한 수혜자가 적다」는 말이 이들의 주된 변명이다. 경제난에 따른 긴축예산편성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장애인관련 예산이 우선적으로 삭감대상에 오르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경제불황 등의 상황에서도 장애인은 최우선적으로 고용돼야 하며 최후로 해고돼야 한다」는 유엔의 장애인복지계획 선언은 우리 정부의 태도 앞에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교회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어떤 수준인가?
최근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41.9%에 불과한 실정이며 이 가운데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아주 낮게 나타났다.
실제 교회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50%를 훨씬 밑돌아 공항이 80.0%의 설치율을 보인 것을 비롯해 백화점이 77.2%, 의료시설이 58.5%를 각각 기록한 것과 비교해 교회의 이웃사랑 정신이 장삿속을 못따라 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 십상인 현실이다.
그나마 교회가 설치한 장애인 편의시설도 턱 낮추기가 주를 이루고 점자안내, 장애인용 의자 및 변기 등의 설치는 미미한데다 휠체어리프트 등을 설치한 본당은 전국적으로 손을 꼽을만할 정도로 드러났다.
열악한 현실은 장애인주일을 설정한 교구가 서울대교구를 비롯 수원교구 등 몇몇 교구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가톨릭장애인 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장애인 주일」의 제정을 모색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애인 주일」의 제정은 교회가 장애인 사목에 있어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전국 차원의 장애인 사목의 모색과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2000년 대희년을 바라보는 교회에 장애인 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 전반의 문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다.
[장애인주일 특집] “수혜자 적다” 장애인 예산 삼각 1순위
정부·교회 무관심 속 늘어나는 장애인 고통
편의시설·복지기금 마련 등 잇달아 취소
교회 장애인 시설 설치율 50%도 못미쳐
한국 교회 차원 「장애인 주일」제정 추진
발행일1998-05-17 [제2102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