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김수환추기경이 5월 29일을 기해 교구장 착좌 30주년을 맞이했다. 교회는 물론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항상 민족의 앞날과 교회를 위해 일관된 삶을 살아왔던 김추기경이었기에 교구장 착좌 30주년에 갖는 의미 또한 새롭다.
가톨릭신문사는 김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착좌30주년을 맞아 그야말로 교회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분골쇄신 했던 김추기경의 지난 30년간의 업적과 삶을 한국교회와 김추기경, 한국사회와 김추기경 등 2회에 걸쳐 조명해 보고자 한다 .
한국교회와 김추기경
1968년 5월 29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 축성 70주년 기념일을 기해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김추기경은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는 취임인사를 했을 정도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른 교회 쇄신과 현실 참여를 강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김치기경은 지난 30년간, 항상 가난하고 봉사하는 교회,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 정의를 구현하는 교회, 한국의 역사현실에 동참하는 교회상 등을 제시하며 교구장직 수행의 기조로 삼아 왔다.
김추기경의 이러한 사목적 방향은 한국 천주교회의 대내외적인 지위를 크게 격상시켜 재임기간중 서울대교구에서 6명의 주교를 탄생케 했고 현재 신자수 1백20여만 명이 넘는 거대교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구장 착좌당시 48개본당이 2백여 본당으로 늘어났으며 교구의 성직자 양성에 힘쓴 결과 지난해 말 현재 800여 명의 사제를 둔 교구로 성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이듬해 한국 가톨릭에서는 처음으로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됨으로써 수도 서울의 교구장으로서 명실상부한 한국교회의 얼굴로 자리를 굳혀갔다.
그후 김추기경은 2차례에 걸쳐 총 12년동안 한국 주교회의 의장을 맡은 것을 비롯 한국 주교회의의 대표로 7차례 걸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 참석했으며 아시아주교회의 연합회(FABC)구성 준비위원장을 맡아 아시아주교회의 연합회 출범의 산파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추기경은 조선교구설정 150주년 기념행사, 한국천주교 200주년 행사,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등을 개최, 세계속의 한국교회라는 징표를 뚜렷이 드러내기도 했다.
김추기경이 주교단을 이글면서 이처럼 세계교회를 향하여 성숙된 모습을 과시할 수 있었던것도 그동안 한국교회를 탁월한 영도력으로 이끌어온 김수환 추기경의 업적이 컸 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 평가받을 만한 것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면서도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가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내적 성숙의 기틀을 다져 나갈수 있도록 이끌어 나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84년의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선교 3세기를 열어나가는 좌표 설정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룬 이대회에서 목숨을 다하여 신앙을 지켜온 한국 순교103위 성인 시성식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거행, 전 세계에 우리민족의 빛나는 믿음의 삶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땅에 빛을」주제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한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고자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하느님의 백성 전체, 즉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여 교회의 쇄신과 민족복음화를 논의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이루기도 했다.
89년에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두번째 방한한 가운데 제 44차 세계성체대회를 전체 한국교회와 함께 주도 면밀하게 개최함으로써 한국 교회가 아시아 선교와 세계 선교의 새로운 근거지가 되고 보루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한편 이대회에 앞서 한국 성체대회를 개최, 생명의 나눔(헌혈), 재물의 나눔(헌미), 보금자리의 나눔(입양 결연), 기도 등을 통한「한마음 한몸운동」을 전개,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통일을 향한 민족 구원의 디딤돌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추기경은 상계동 목동 철거민 주거지를 직접 방문한 것을 비롯 기회 있을 때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계층을 찾아가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전해왔다. 특히 성탄전야미사는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집전을 해 왔을 정도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의 내적 쇄신을 위해서도 지대한 공헌을 남겼다. 1982년 주교회의성직주교위원회를 맡아 증가일로에 있는 신학생들의 올바른 영성교육을 위해 부족한 교수진과 교육시설 여건 완비에 노력하는 한편 기성사제들의 재교육문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민족복음화를 위하여
김추기경은 무엇보다 민족복음화의 차원에서 적대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을 도모하고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길을 마련하는 민족화해를 의한 노력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현직 평양교구장 서리이자 황해도를 관할하는 서울대교구장으로서 김추기경은 북한선교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교회의 산하에 북한선교위원회를 두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87년에는 장익 신부(현 춘천교구장)를 바티칸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에 파견, 북한 신자들과의 대화통로를 개설하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신문과의 95년도 신년년대담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는 등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을 한시도 놓지않고 있다.
따라서 김추기경은 한국교회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도록 촉구하면서 교구내에 민족화해위원회와 통일사목위원회를 나란히 설치, 지속적인 기도운동과 구체적인 실천운동을 통해 화해와 일치, 통일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동시에 김추기경은 식량난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서울대교구 민화위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50여억 원이 훨씬넘는 금액으로 북한동포들의 식량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세대를 잇는 긴 세월이었지만 대과없이 이처럼 서울대교구장으로서의 주어진 사명을 성실하게 완수했던 김추기경. 특히 서울대교구는 김추기경의 이런한 탁월한 지도력에 힘입어 지난 30년간 한국인 사제수와 본당수가 각각 4-5배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신자수는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따라서 관할 지역내 전체 인구대비 복음화율이 2.7%에서 10%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
「그리스도께서 모든이의 모든 것이었던 것처럼 당신 역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되는 삶」을 살아왔던 김추기경은 그야말로 한국교회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길이 기억될 것이다
◆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연보
1922년 5월 8일(음력) 대구출생
1941.3. 서울 동성상업학교 졸업
1941.4. 일본 동경 상지대학교 입학
1942.9. 위 대학 문학부 철학과 진학
1944.1. 제2차 세계 대전으로 학업 중단
1947.9~51. 6. 서울 가톨릭대학 신학부에서 신학전공
1956.10~63.1.독일 퀸스터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전공
1951.9. 사제서품
1951.9~53.4. 대구대교구 인동천주교회 주임신부
1955.6~56.7.대구대교구 김천 황금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겸 성희중 교등학교장
1964.6~66.5 가톨릭시보(현 가톨릭신문) 사장
1966.마산교구 주교 서임
1966.6 주교서품, 마산교구장 착좌
1968.4 서울 대주교 승품.
1968.5 서울대교구장 착좌
1969.4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 서임
1970.10-75.2.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1차 역임)
1970~73 아시아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1974.2.명예문학박사(서강대학교)
1981.5~87.11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2차역할)
1967.71.74.80.83.85.교황청 시노두스(세계 주교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
1977.5 명예 법학박사(미국 노틀담대학교)
1988.11.명예 신학박사(일본 상지대학교)
1990.5.명예 철학박사(고려대학교)
1990.10.명예 법학박사(미국 Seaton Hall대학교)
1944.5.명예 신학박사 (연세대학교)
1995.6.명예 철학박사 (타이완Fu Jen 가톨릭대학교)
1997.7 명예 인문학박사(필리핀 Ateneo대학교)
1998.4.로마에서 열린 아시아 특별 주교시노드 공통의장대리로 참석..
1998.5월 29일. 서울대교구장 착좌 30주년.
한국을 움직인 거인 김수환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착좌 30주년 (상)
한국 교회ㆍ민족 앞날 위해 ″분골쇄신”
교회 쇄신과 현실 참여 강조
69년 추기경 서임…한국교회 얼굴로 자리매김
적대적인 남북관계 개선ㆍ민족화해 일치에 심혈
발행일1998-05-24 [제2103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