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전문 사진작가 이완교(아우구스티노ㆍ59) 교수는 25년간 열정과 애정을 쏟아 부으며 우리 사진 문화의 정체성을 회쳐온 주인공.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한국적 심성이 가득 배어있다. 사진이 국내에 소개된지 1백여 년. 다른 예술분야와는 달리 아직 한국적 사진이 자리잡지 못한 것에 한타까워하는 이교수는 이젠 새로운 결실을 꽃피울 때라고 강조한다
『사진에 있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른 예술분야들은 우리 문화와 잘 융화돼가고 있는데 유독 사진만은 그렇지를 못해요. 한국적 정서와 철학을 가진 사진작가들이 많이 배출돼야 합니다』
이교수는 95년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주제로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여기서는 동양철학 바탕위에 동양적 심성과 정서가 물씬 묻어 있는 작품 40점을 선보였다. 중국사상에 근원을 두고 있는 한국사상. 이교수는 동양사상이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에 주안점을 둔다고 말한다.
『자연을 통해서 우리 인간을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과 우리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죠. 제 작품에는 이런한 점들이 강조돼 있습니다』
이교수의 작품사진은 얼핏 보기엔 그냥 평범(?)한 사진같다. 삭막한 들판위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그는 말라버린 나뭇가지가 들판에 떨여져 있는 광경을 앵글에 담았다. 보는 사람들은 쉽게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교수는 여기에 삶과 죽음이란 큰 명제를 담고 있다. 삶과 죽음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것. 이교수는 피사체를 통해 존재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현재 경기대학교와 성남 신구전문대에서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는 이교수는 또한「사진예술」이란 잡지에 편집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느낌과 이미지가 살아 있는 사진. 이교수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진보다 느낌이 있는 사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사진을 배우기 앞서 우리 철학과 사상을 공부하라고 가르친다. 이런 토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적 정서가 배어있는 작품들이 나오기 때문.
『보여주는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 기록사진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유학다녀온 후학들에겐 이런점을 강조하죠. 풀 한 포기에도 하느님의 사랑이 담겨 있음을 느낄수 있을 때 바로 예술사진을 찍을수 있습니다. 작품에는 자신의 느낌과 마음이 묻어나옵니다』
이교수는 현재 의미있는 2개의 작품전을 준비중이다. 「사람은 땅을 닮고, 땅은 하늘을 닮고, 하늘은 도를 닮고, 도는 자연을 닯는다」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 계획. 그는 이 사진전에서 자연과 우리가 하나임을 보여주려 한다. 또 하나는 친형인 이성교 교수와의 작품전. 이완교 교수는 현재 성신여대 국문과대학원장인 형 이성교 교수와 함께 「사진과 시」가 만나는 작품전을 마련한다. 이성교 대학원장은 서정주, 박목월 계보를 잇는 토속적 한국시인.
『국내 사진계가 세계속에 인정 받으려면 한국적 심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작가들이 많이 배출될수 있도록 후진양성에 혼신을 다하겠어요』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4. 한국 문화 전문 작가 이완교 교수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을 추구”
한국적 정서ㆍ철학 바탕
사진문화의 정체성 탐구
발행일1998-05-24 [제2103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