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알렉산델 신부님 영전에 바칩니다.
사랑하올 신부님이 우리 곁을 떠나시던 날 하느님도 무심치 않으신지 우리 나환우들의 통곡의 눈물을 받아서, 주룩주룩 하염없이 지상에다 슬픔의 비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랑하올 우리들의 아버지 신부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수없이 바라면서도 엄연한 현실앞에 가슴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가장 불우한 낙오자들을 품에 안으시어 사회의 인식을 꾸준히 일깨우면서 헌신해온 덕택으로 나환우들의 위상이 차츰 항상 되어 이제 사회로부터 인간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까지 품위를 올려주신 다미안 신부님을 꼭 닮은 원장신부님을 모시고 무한한 영광과 기쁨을 안고 살아왔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 떨어진 슬픔을 당해야 하는지요.
아무리 되돌아 보아도 꿈같은 현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사랑하올 신부님, 이제 우리는 어찌하라는 말씀입니까?
신부님 슬하에서 행복하게 살아 온 나환우들이 이 지상에서 하나하나씩 떠나고 다 없어 질 때가지 남아서 지켜보고 감싸 주시기를 한없이 소원했는데 우리들만 남겨놓고 먼저 하늘나라에 가시다니요.
우리들의 애절한 울부짖음을 굽어 살펴 주옵소서. 보채고 매달리며 철없이 행동했는데, 이제는 영원히 우리곁을 떠나셨으니 어버이를 잃은 고아가 되어 아무리 생각해도 허전한 심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비단 우리나라 안의 나환우들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산재해 있는 여러 나라의 나환우들을 돕기 위해 가진 애를 쓰시며 활동하시다가 못다한 사업도 많이 남겨둔채 뜻하지 않은 병마로 인해 고통을 당한 것도 애석한데, 영원한 이별을 고하게 되었으니 너무나 애통한 심정을 억제 할 수가 없습니다.
그 고행의 길을 걸으면서도 묵묵히 참아가신 인자한 모습을 우리들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구석도 신부님의 발자국과 혼이 성라자로 동산에 깃들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사랑하올 이경재 아버지 신부님!
이제 남아있는 저희들은 신부님의 고결하신 인품과 사랑을 길이 기리며 충실히 살아가겠사오니 하느님 품에 안기시어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신부님이 그토록 사랑하신 우리 나환우들은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1998년 5월 13일 성라자로마을 환우대표 신복균(그레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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