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목자는 물론 청소년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부모도「나는 청소년을 잘 모른다」는 고백부터 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름으로보다는 어린이 만화영화 둘리의「고길동 신부」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신부, 어른들에게보다는 청소년들에게 훨씬 많이 알려진 신부. 서울대교구 본당 중ㆍ고등학생 사목부 조재연 신부를 수식하는 이러저런 애칭에는 그 수만큼이나 많은 사랑이 녹아 있다.
일찌감치 청소년사목의 길에 나선 조 신부, 늘 아이들 가운데 파묻혀 지낸 때문인지 그에게선 아이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3년전인 96년 1월부터 중ㆍ고교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이들 청소년들과의 상담세례를 담은 청소년 잡지「햇살」을 펴내고 있는 조신부는 『Not Progam, But Relationship(프로그램이 아닌 관계)』을 강조하는 사목자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에 청소년을 꿰맞춰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히려 청소년들 속에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그 가운데 청소년들의 가능성, 자발성을 발견할 수 있고 다만 이를 키워주는 일이 자신의 할 일의 전부라고 조신부는 밝힌다.
그래서 20페이지도 안되는「햇살」에는 그의 이야기보다 아이들의 얘기가 훨씬 많다. 아니 아이들의 얘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3000부로 시작한「햇살」은 얼마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섯배로 불어나 이제는 청소년들의 조그만 탈출구가 되어주고 있다.
『청소년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누구도 그들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고 미래도 불안정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청소년이 가난한 사람이라는 조신부의 시각은 청소년들과 함께 한 수년간의 그의 삶이 거둔 열매일지도 모른다.
『청소년이 신앙에 관심이 없다는 어른들, 사목자들의 편견이 역으로 청소년의 교회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신부는 IMF시대에 들어서며 본당들이 앞다투다시피 청소년캠프 등 청소년관련 예산을 줄이는 현실을 누구보다 가슴아프게 지켜보는 이들 중의 한 사람이다. 교회의 이같은 모습이 IMF파국으로 더더구나 갈데 없는 청소년들을 방치된 공간으로 떠미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바람직한 청소년사목자의 으뜸 계명으로「온유함」을 드는 조신부는 화내지 않고 기다려줄 줄 아는 배려와 들으려는 자세에서 사랑과 관심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사제, 수도자 양성과정에서부터 청소년사목 연구과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소년사목을 어른사목으로 가는 길에 잠시 거쳐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일찌감치 전문사목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조 신부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 없이는 청소년 사목, 나아가 교회의 미래는 한발짝도 더 나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힌다.
조신부는 요즘 서울대교구 내 13개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청소년 스스로가 만들고 또 그들이 꾸려가는 소공동체운동으로 자생력을 갖춘 중고등부를 만드는 조심스런 시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젊음을 청소년사목자의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하는 조재연 신부, 젊음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와 그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용기에 다름 아니라는 그의 시도는 지켜볼 만할 것이다.
[청소년주일 특집] 서울대교구 본당 중ㆍ고등학생 사목담담 조재연 신부
“사제ㆍ수도자 양성시에 청소년사목 연구과정 필요”
화내지 않고 기다려주는 배려 들으려는 자세에서 사랑과 관심 싹터
어른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을 꿰맞춰선 안돼
발행일1998-05-31 [제2104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