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수차례 사임 요청…"해방된 기분"
“부족한 점 많이 모든 잘못 용서를”
사랑과 기도로 새 교구장 보필 당부
"정말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지난 30년동안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잘 참아준 교구민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고 혹 알게 모르게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에게는 용서를 청하고 싶습니다".
5월30일 교구장직에서 물러난 김추기경은 은퇴 첫 소감으로 사제들과 수도자등 전 교구민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맨 먼저 꼽았다.
긴 세월동안 하느님의 도구로 살아오면서 그 도구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는지,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반성해 볼 때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는 김추기경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준 교구민들이 있었기에 그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추기경은 "인격적으로 나약한 점이 많았음에도 교구민들은 기도와 희생과 봉사로써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셨음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성령의 해에 성령을 더욱 풍성히 받아 성령이 베푸시는 사랑안에서 평화와 사랑을 누리시길 항상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추기경은 후임 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진석대주교에 대해 "인격적으로 아주 훌륭하신 분"임을 강조, "덕치로서 서울대교구장직을 잘 수행하실 것을 확신한다" 며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추기경은 다만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맘에 걸린다" 고 전하고 "모든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사랑과 기도로정주교님을 잘 도와 달라"고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은퇴한 후 심정을 묻는 질문에 '해방된 기분'이라며 아주 홀가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던 김추기경은 이미 교구장 정년을 맞으면서 수차례 서울대교구장직 사임을 로마에 공식 요청해 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성탄때 교구장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기대 했었다가 교황의 반려로 무산된 뒤 다시 금년 부활 때를 넘기지 않도록 요청했으나 또 좌절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뒤 이번 아시아 시노드에 참석했던 김추기경은 교구장 재임 30주년을 맞는 5월29일은 넘기지 않도록 교황께 재차 요청, 교황도 김추기경의 청을 들어 줄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서울대교구장직에서 은퇴한 김수환추기경의 지난 30 성상은 그야말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희망을 준 세월, 그 자체였다.
지난 68년 5월29일에 제12대 서울 대교구장직에 착좌, 격동기의 한국교회 및 한국사회와 그 궤를 같이해온 김추기경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양심의 대변자로서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무엇보다 유신이후 암울했던 시대, 민주화의 촛불을 켜들고 거리를 힘차게 전진할 수 있었던 것도 김추기경이라는 든든한 정의의 방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김추기경은 역사의 물줄기를 트는 방향타로 지난 30년을 살아 왔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사목표어처럼 모든이의 모든 것으로 지난 30년을 살아온 김추기경. 비록 서울대교구장직을 은퇴했지만 3백70만 신자들과 온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한 사랑의 그림자로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진으로 보는 명동대성당 축성 100주년, 김수환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착좌 30주년
발행일1998-06-07 [제2105호,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