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일깨워 주고 싶습니다』
새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대주교의 첫 화두는 「참된 행복」이었다. 행복은 사랑을 먹고사는 식물 같은 것.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함께 나누는 사랑, 존경과 우애가 바탕이 된 가족 간의 사랑, 신뢰와 믿음이 기초된 사회 구성원간의 사랑에서 「참된 행복」의 길은 시작된다. 참된 행복은 「인간 구원의 길」이며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무한의 선물이다.
「모든 이의 모든 것」(Omnibus Omnia-정진석 대주교 모토)이 되어 「참 행복」을 전해주려는 구도자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만나보았다.
- 새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되셨음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서울대교구장이 될 자격이 매우 부족한 사람입니다. 임명 소식을 듣고 하느님께서 하필이면 부족한 나를 왜 선택하셨고 그 자리에 있게 하려는지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으나 새 서울대교구장 임명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심사와 평가를 거치면서 판단하신 교회 어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교황님의 뜻에 순명하고자 이를 수락했습니다.
신자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신임 서울대교구장에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 마음들을 깊이 헤아려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정든 청주 떠나기 어려워
- 교구장님을 새로 맞이할 서울대교구민들과 대주교님을 떠나보낼 청주교구민들에게 인사의 말씀을….
『공식 발표 2~3일전 교황청으로부터 새 서울대교구장 임명 소식을 받고 「반쯤 죽었구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반 사회에선 제 나이엔 모두가 은퇴할 때인데 새로운 큰 짐을 맡게 되니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28년간 한 자리에 정착해 살면서 정든 청주를 떠나기가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28년간 청주교구민들에게 「사랑의 빚」만 졌습니다. 그 보답을 다하지 못하고 청주를 떠나게 돼 죄송하며 제가 잘못한 것은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랍니다. 앞으로 청주교구에 도움될 수 있는 일이면 늘 후원할 것입니다.
또 지난 30년간 김수환 추기경님을 교구장으로 잘 모셔온 서울대교구민들인 만큼 계속해서 저를 사랑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 역시 정성을 다 바쳐 「하느님의 종」으로 일할 것입니다. 저의 부족함이 보여도 너무 따지지 말고 그대로 저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하며 이해해 주시길 교구민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사제 의견 수렴부터
- 서울대교구 사목행정 운영방침을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30년간 서울대교구를 김추기경님께서 잘 이끌어 오셨기에 상당기간 추기경의 영향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보좌주교들이 교구장 중심체제하에서 교구 전체를 보필해오던 현행 체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교구 관할 구역을 나눠 보좌 주교가 그 구역을 책임지는 좀 더 작은 형태의 교구를 운영하느냐 하는 두 가지 방법론을 두고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서울대교구 사정은 저보다 서울 신부들이 더 잘 압니다. 사제들에게 새롭게 배울 것입니다. 공부한 다음 자발적인 행동을 할 것입니다. 현재로선 사제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시민들이 가톨릭 교회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듣는 일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그런 다음 교구 사제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교회의 특성과 서울대교구 실정에 가장 잘 맞고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최선의 사목행정 체제를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어떤 사목 형태를 취하건 사목행정의 목적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잘 이끄는데 있습니다』
- 서울대교구를 사목해 나가실 사목지침과 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십시오.
『교구 운영은 사제들의 몫입니다. 주교의 몫은 사제가 사목 현장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중심적 기능과 뒷받침을 해주는 것입니다. 사제들이 사목을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할 것이며 「명령」보다는 「협조」와「승락」의 자세로 사제단을 융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중점적인 사목지침을 우선 하나 든다면 「행복한 가정 건설」을 꼽고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 가정이 너무 쉽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인생 행복의 기초는 가정입니다. 「건실한 가정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 한국 교회는 이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정신운동 필요
- 어려운 시기에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되셨는데 IMF 시대 산적한 대 사회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실 생각입니까.
『경제 위기로 국민 전체가 역경에 처해 있어 우선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야 하겠습니다. 과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을 보면 「비관적인」 국민들의 삶의 태도가 단순히 IMF 때문만이 아니라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질적 부족함 때문에 인생 전체를 비관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적 차원의 정신운동이 요구됩니다.
교회의 대사회 참여 활동은 인간 구원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교회는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이지만 그렇다고 가진 자들을 배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는 가진 자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돕는 방법을 모색해주고 그 길을 제시해 나갈 것입니다. 모든 이가 구원받고 풍요롭고 행복을 나누는데 교회는 항상 앞장설 것입니다』
기도하는 사제 모습
- 한국 천주교회 원로로서 2천년 대희년과 제3천년기 준비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십시오.
『가톨릭 신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미지가 「자선사업가」나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인 반면 스님은 「기도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사제의 이미지가 이 같은 것은 사제가 종교인으로서 기도가 너무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 사목에 있어서 사제는 기도하는 종교인의 모습으로 보다 강하게 비춰져야 할 것입니다. 사제들이 영적으로 심화되고 영성이 강화될 때 제3천년기 한국교회의 복음화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가장 행복했던 교구장
- 28년간 청주교구장으로 재임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최근 로마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 특별 대의원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교구장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청주교구는 어느 교구보다 사제단 분위기가 「총체적 사랑」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1970년 청주교구장으로 부임할 당시 교구내 한국인 사제는 겨우 6명뿐이었습니다. 28년이 지난 지금 그 수가 100명이 되었습니다. 청주교구는 한국교회에서 3가지 으뜸거리가 있습니다. 먼저 「지역대비 복음화율」이 10%로 한국교회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또 신자대비 본당수와 사제수가 가장 많습니다. 또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청주성모병원」 등 큰 사업을 시골교구에서 이루어낸 것이 잊지 못할 일일 것입니다. 이 모두가 청주교구 사제들의 공입니다』
- 마지막으로 후임 청주교구장에게 한 말씀해 주십시오.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양업고등학교와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청주 성모병원 등 많은 일을 시작해 놓고 떠나게 돼 후임자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일 역시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사업들이었습니다. 후임자가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끝마무리를 잘 짓고 떠나고 싶습니다』
◆ 정진석(니콜라오) 대주교 약력
1931년 12월 7일 출생
1961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졸업
1968~70년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 졸업
동 대학원 교회법 석사 취득
1961년 3월 18일 사제수품
1961년 서울 중림동본당 보좌
1961~67년 성신고등학교 교사
1962~64년 서울대교구 법원 공증관 겸임
1964~65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1965~67년 서울대교구 대주교 비서, 상서국장
1967~68년 성신고등학교 부교장
1970년 6월 25일 청주교구장에 임명
1970년 10월 3일 주교수품 청주교구장 착좌
1970년~현재 재단법인 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청주가톨릭 학원 이사장
1975년~현재 주교회의 상임위원
1983년~현재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1987~93년 주교회의 총무
1993~96년 주교회의 부의장
1996년 10월 주교회의 의장
지은 책 : 「장미꽃다발」 「라디오의 소리」 「라디오의 메아리」 「목동의 노래」 「교계제도사」 「교회법원사」 「말씀이 우리와 함께」 「말씀의 식탁에서」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권한 해설」 「교회법 해설 제1권~제11권」 「간추린 교회법 해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공동편찬)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해설」 「교회법 해설 제1권 증보판」(교회법의 총칙) 「교회법 해설 제7권 성사법」
옮긴 책 : 「성녀 마리아 고레띠」 「종군 신부 카폰」 「가톨릭교리 입문」 「억만인의 신앙」 「나는 믿는다」 「인정받은 사람」 「질그릇」 「영혼의 평화」 「강론집?사목부록」 「칠층산」 「교회법전」(공동번역) 「최양업 신부의 서한」 「김대건 신부의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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