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북녘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전달할 분유와 의약품을 실은 배를 떠나보내는 인천항 제1부두에는 떠나가는 배가 사라지도록 아쉬운 눈길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인천교구 연안본당 박창일 신부가 그 주인공. 배가 항구 너머로 보이지 않게 되자 박신부의 눈에는 감격과 회한의 빛이 도는 듯 했다.
지난 95년 7~8월 세 차례의 홍수로 국토의 75%가 피해를 입고 5백20만 명의 이재민을 낸 북한을 돕기 위해 96년부터 시작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북녘동포돕기운동을 선두에 서서 이끌어온 박신부는 이날 치러진 「북녘동포돕기 식량 및 의약품 전달을 위한 기념식」도 진두지휘했다.
『조그만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우리의 조그만 사랑이라도 끊임없이 모인다면 남북 형제사이의 불신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사제로서는 성가신 일을 나서서 하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박신부는 『피를 나눈 형제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마당에 자신의 이런 저런 처지를 따진다면 그 또한 미래의 후손들에게 낯을 못 들 일 아니냐』고 반문한다.
아버지의 고향이 평안남도 남포이기도 한 박신부에게는 북녘동포가 겪는 일이 마냥 얼굴 모르는 이웃의 일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북녘동포돕기운동이 시작되자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나섰다.
그런 때문인지 연안본당 신자들의 마음도 여느 본당 신자들보다 훨씬 빨리 북을 향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이날 치러진 전달 기념식에 나타난 신자들의 열정이 곧 그의 삶과 열정을 반영하는 듯 했다.
『단순한 땅의 통합이 아니라 마음이 하나 되는 참다운 통일의 그날까지 우리의 갈 길은 결코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박신부의 얼굴에는 자신이 진 십자가에 대한 사랑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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