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표정
정진석 주교가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5월30일 오전, 서울대교구 교구청과 각 본당, 단체에서는 차분한 가운데서도 정주교의 서울교구장 임명을 반기는 분위기.
특히 서울교구민들은 정진석 주교가 학자로서 높은 학문적 식견과 온화하고 원만한 인품을 지닌 분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교회 뿐 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이끌어줄 지도자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학문에 남다른 열정
정주교와 동창인 김득권 신부는 정주교에 대해 『학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닌 분』임을 회고하고 『겸손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모든 교구민들을 잘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주교의 임명 소식을 들은 동창 신부들은 한결같이 그를 두고 공부 잘하는 친구로 기억하고 학생 때부터 어학에도 뛰어나 외국어로 된 신학서적들을 번역하고 외국인과의 통역도 자주 맡아 해주곤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류덕희 한국 및 서울대교구 평협회장도 『덕 있는 학자로서 원만한 성품을 지닌 분으로 알고 있다』며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지도자로서 제3천년기 한국교회가 융성하도록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보좌주교들 정주교 예방
서울대교구 총대리 김옥균 주교와 강우일 주교, 최창무 주교등 보좌들은 6월1일 오전 10시50분경, 청주교구청으로 정진석 주교를 방문, 새 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주교를 예방, 첫 인사를 드렸다.
교구장 발표에 약간의 혼선
한편 서울교구장에 정진석 주교가 임명됐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전, 신임교구장 발표와 관련해 약간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는 당초 5월30일 오후4시 중대발표가 있다고 29일 오후 4시경 보도 자료를 배포했으나 당일 밤 11시40분경 이를 수정, 30일 오전 9시에 신임 서울대교구장 인사에 관한 발표가 있다고 재차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바티칸-한국 동시 발표 불구 외신 통해 먼저 보도 돼
이 같은 상황은 당초 30일 오후4시 로마교황청과 한국에서 동시에 새 서울대교구장 임명을 발표키로 했으나 발표내용이 외신으로 먼저 국내에 알지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게 된 것. 결국 한국교회는 외신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뒤에야 기자회견을 갖고 뒤늦게 발표하게 된 것이다.
■ 청주교구 및 각계 표정
청주교구 사제단은 정진석 주교 신임 서울대교구장 임명 소식을 듣고 축하하면서도 아쉬워하는 표정들이었다. 총대리 김원택 신부는 『갑자기 닥친 일이라 무척 당황스럽다』면서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떠나시는 만큼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뼈를 묻을 줄 알았는데…”
김 신부는 또 『항상 청주교구 사제단과 함께 뼈를 묻을 분으로 생각했는데 아쉽다』며 못내 서운해했다.
청주교구 원로 사제들은 또 『사소한 것은 모두 사제들에게 맡기고 큰 결정만 당신이 하셨다』며 『그 분은 일하는 것이 휴식하는 것일 정도로 사목과 저술에 열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청주 사제서품일 21일로 변경
청주교구는 교구장이 새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행사 일부를 변경, 교구 설정 40주년 기념일인 6월21일에 사제서품식을 앞당기기로 결정하고, 6월28일에는 청주 내덕2동 주교좌 성당에서 송별미사를 갖기로 했다.
6일 어머니 기일에 묘소 참배 예정
정진석 대주교는 6월6일 모친 고 이복순 여사 3주기 기일에 꽃동네 묘소를 참배, 『어머니께 대주교 임명 인사를 드리겠다』며 『어머니께 저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청주를 떠나는 슬픔 눈물로 대신
5월 30일 오전 10시 청주교구청내 가톨릭회관 강당에서 신임 서울대교구장 임명 공식 첫 기자회견을 가진 정진석 대주교는 『청주를 떠나는 심정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는 질문에 『정이 너무 많이 들어 떠나기가 힘들다』며 『모두에게 사랑의 빚만 지고 가게 돼 송구스럽다』면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떨구어 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양천진 청주교구 평협회장은 『교구를 위해 28년간 너무 고생하셨다』며 『교구 차원에서 기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영신적으로 본받을 점이 많은 훌륭하신 주교님과 헤어지게 돼 슬프다』고 말했다.
김대통령, 축전 보내
김대중 대통령은 5월30일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에게 축전을 보냈다. 김 대통령은 『정진석 대주교님께서 한국 천주교계를 대표하는 서울대교구를 맡으신 것에 대해 천주교 모든 형제 자매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종교계는 물론 온 국민의 마음마다 희망과 용기를 일깨워 주시고,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정진석 대교구장님의 앞날에 하느님의 크신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라며 축하했다.
교계 인사 축전, 내방객 잇따라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도 『서울대교구장 서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 땅 특히 한민족의 구원을 위해 앞장서신 목자를 위해서 기도드리겠습니다.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 영육간의 건강을 빕니다』며 축전을 보내왔다.
또한 지방선거 유세차 청주에 내려온 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가 축하 인사차 교구청을 내방하는가 하면 고건 서울시장 후보, 주병덕 충북도지사 등 교계와 정계 인사들의 축전과 내방이 잇따랐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는 『정 대주교님께서는 늘 꽃동네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셨다』면서 『꽃동네에 모아진 성금을 온전히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이들에게 온전히 쓰여지도록 교구 재산으로 보존해 주시고 꽃동네 형제회를 인준해 주시면서 저를 교구사제로 남아 있든 수도자가 되든 그 결정을 자유롭게 맡겨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훈련된 특공대처럼 항상 깨어 기도하고 가난하게 사신 분”
청주교구민들은 『정진석 대주교님은 교회법을 전공했지만 법없이도 사실 분』이라며 『예수님의 훈련된 특공대처럼 항상 깨어 기도하고 가난한 삶을 유지해온 분이었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주교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되던 날… 서울ㆍ청주교구 표정
“겸손하고 따뜻한 성품 그대로 한국 교회ㆍ사회 이끌어 주시길”
“정이 너무 많이 들어 떠나기가 힘듭니다. …모두에게 사랑의 빚만 지고 가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청주교구 사제단과 함께 뼈를 묻을 분으로 생각했는데…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떠나시니 온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발행일1998-06-07 [제2105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