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찍은 영상자료들이 한국 건설기술연구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우리 문화유산과 선조들의 토목기술을 영상자료로 남겨온 건축사진 전문작가 김원(도미니코ㆍ48ㆍ수원 분당요한본당)씨. 그는 한국의 옛다리, 성(城) 등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고 잊혀져가는 옛 건축물들. 김씨는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우리 유산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목적지를 찾지 못해 두세 번씩 다른 산을 오가는 것은 예삿일. 수십 년 토박이들도 알지 못하는 성(城)을 찾아 혼자서 이산 저산을 헤매고 다녔다.
『제가 하는 일에는 무엇보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지도상에 제대로 표시 안된곳을 추적하는 일이란 쉽지가 않기 때문이죠. 한곳을 찾아 두세 번 산에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로 받아들입니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상주군 화북면에 위치한 견훤산성. 김씨는 이곳 촬영때 아슬아슬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참을 촬영에 몰두해 있던 김씨는 미처 벌집을 보지 못한 것. 실수로 벌집을 건드린 그는 수많은 벌떼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20여년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분야에 모든 열정을 쏟아온 김원씨. 그에겐 누구보다 강직한 소명의식이 있었다. 자신의 노력과 땀이 헛되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믿음. 이러한 사명감이 있었기에 그는 이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처음 카메라를 잡은 건 디자인적 모티브를 영상에서 찾아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진의 사실성과 기록성에 매료된 김씨는 점차 고건축물, 성지, 환경 등으로 시각을 넓혀갔다. 그 결과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슬라이드 필름만 1만여 컷.
『전공의 필요에 의해서 처음 시작했지만 사진의 기록성에 빠져들게 됐죠. 저는 순수사진보단 독특하고 색깔있는 분야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쪽에 관심을 쏟다보니 어느덧 많은 양의 영상자료를 확보할 수 있더군요』
김원씨는 대학시절부터 전공과 사진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왔다. 수차례 수상경력이 입증하듯 한번 시작한 일에는 언제나 최상의 성과를 낳았다. 그는 68년 그래픽 디자인으로 문교부장관상, 71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특선, 83년 국제관광사진 콘테스트 문화공보부장관상, 92년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교회봉사활동에도 최선을 다하는 김원씨. 그는 본당인 분당 요한본당의 초창기 시절부터 성전건립 과정, 각종 축일, 행사 등을 빠짐없이 촬영하고 있다. 아울러 김씨는 매년 축일표(월력)를 제작해오고 있다. 이렇게 찍어온 슬라이드 자료가 5천여점. 그는 자신의 탤런트로 교회에 봉사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이밖에도 생활성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사목), 천주의 섭리수녀회, 성바오로딸 수도회, 레지오 마리애 등의 표지사진도 제작해왔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제가 간절히 원해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조그만 재능으로나마 교회에 봉사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5. 건축 사진 전문 작가 김원씨
“옛 건축물의 숨결을 기록한다”
고건물ㆍ다리ㆍ성 찾아 오지 헤매
한국 건설기술연구에 기여 기대
발행일1998-06-14 [제2106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