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으로 갈라져 분단의 아픔을 겪어온지 53년. 한국교회는 금년에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인 6월21일을 기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 및 통일을 염원하는 각종 기도운동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서울대교구 민화위 최창무 주교가 주교로서는 처음으로 사목적 방북을 실현,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와의 식량 나눔에 이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와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통일사목위원회, 기타 각 교구 및 단체의 통일관련 기구와 단체 등에서 벌인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각종 노력과 활동이 최근 크게 돋보이고 있다.
◇민족화해와 나눔운동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 및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형제적 나눔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분단 반세기에 걸쳐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꾸어 나가기는 어려운 일.
따라서 한국교회는 민족화해의 일차적인 방법으로 식량난으로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들에게 형제적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 조건 없는 식량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조적인 농업생산기반의 취약성과 수해와 가뭄의 연속으로 3년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들에게 서울대교구 민화위에서만 53억여원어치의 식량을 전달한 것을 포함해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춘천교구 등 전국 각 교구, 수도회,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등에서 그동안 무려 90여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북한동포돕기로 사용해 왔을 정도다.
◇대북창구의 단일화
현재 북한동포를 위한 식량나누기와 대북선교, 통일준비등에 나서고 있는 교회내 기구와 단체는 무려 20여개. 각기 지닌 고유한 특성을 살려 다양한 방법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 및 통일에 도움되는 일들을 해 나갈수 있지만 교회내 대북정책과 관련해 교회내 창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만만찮다. 천주교라는 단일한 조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재의 대북관계는 소속교구와 기구별로 실적위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물론 이런 방식이 대북식량지원을 보다 많이 할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북선교나 통일사목을 위한 효율화를 위해 단일원칙에 입각한 조율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이 문제들은 통일문제를 전교회적인 문제로 확산시키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전체교회 문제로 인식시키기 보다는 일부 연관있는 교구나 단체 중심의 운동으로 희석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기 고유한 역할에 따라 통일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가되 전체를 구심력 있게 총괄하는 통일사목 시스템을 구성한다든지 전체 본당사목의 틀 안에서 응집력을 모아 나갈수 있는 방법들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구체적인 통일노력
민족의 화해와 일치 및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도운동과 나눔운동, 구체적 통일준비 등 3가지로 크게 요약할수 있다.
현재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민화위와 통일사목위 등에서 구체적인 통일노력들을 펼치고 있으나 전체 신자들중 참여하는 비율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신자의식 조사에서도 민족화해운동과 북한동포돕기운동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참여에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명동성당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봉헌되고 있는 화해미사가 서울대교구의 미사만이 아니라 전국 각 본당으로 확산돼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고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북과의 나눔운동에 전 교회 구성원들이 참여할 때 통일을 위한 화해의 싹은 돋아날 것이다.
지난 몇년간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교회가 어떤 의지를 갖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케 해주었다. 교회가 분명한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방향을 제시할 때 우리 신자들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주체적인 역군으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통일이 필연이라면 그 시기를 앞당기고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는 우리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어려운 내외적 환경 속에서도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를 위한 사랑나눔과 통일을 대비한 노력은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집] 민족 화해·일치운동 전망과 과제
“구체적인 참여만이 통일 앞당긴다”
최근 북한돕기 노력과 활동 돋보여
단체ㆍ교구서 90여억원 상당 지원
「화해미사」와 물질적 나눔의 확산
「대북창구」 교회내 단일화 등 필요
발행일1998-06-21 [제2107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