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친상을 당한 부산교구 김승주 신부(안락본당 주임)가 조의금 3천만원을 부산가톨릭대학에 장학기금으로 내놓아 본보기가 되고 있다.
김신부는 『조문해 주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며 『별일도 아닌데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선종한 부친 김영순(바오로ㆍ90)씨는 평소 검소한 생활과 덕망으로 주위의 귀감이 되어왔다는 것이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의 평. 생전에 고인의 삶을 반증이라도 하듯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른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연도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조의금으로 모인 돈이 4천여만원.
유가족들은 장례비용으로 쓰고 남은 돈 3천만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예상외로 많은 돈이었습니다. 아무렇게나 쓸 수 없다는데에 가족들이 모두 공감을 했어요. 이 돈은 바로 저희 아버님을 생각하고 추모하며 주신 귀한 돈이잖습나까』
여러 가지 궁리 끝에 결국 사제양성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내놓기고 결정했다. 『아버님은 물론이고 조의금을 내신 모든 분들도 흔쾌히 동의하시리라 믿었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어려움중에 있는 신학생들에게 도움도 될 거고요』.
김영순옹의 검소한 삶의 일화는 많다. 플라스틱 물바가지를 꿔메 사용한 것은 특히 유명하다. 구두를 꿰메 신고 다닌 것은 보통이었다. 건강에도 좋다며 성당까지 20분이 넘는 길을 걸어서 다녔다고 한다.
그러한 고인이 평소 삶의 지표로 삼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다』는 성서말씀이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지만 넘치게도 부족하게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고인의 확고한 신념. 넘치는 부분은 내 것이 아니라 나누어야 할 몫이라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었다.
『1ㆍ4후퇴때 월남하다 포염속에서 어머니께선 「어린 자식들과 함께 죽게 해주시든지, 아니면 다 살려주시길」빌면서 만약 아이들을 살려주시면 하느님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위로 세명의 누이와 김신부 등 네 자녀가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다. 이 가운에 둘째가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의 김승희(도밍가) 수녀이고 넷째가 김승주 신부다.
이런 일로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시종 멋적어 하던 김신부는 『2남 4녀 자식들이 모두 나름대로 성공해 좀 더 편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검소하게 사신 아버님의 삶은 두고 두고 저희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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