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내는 아쉬운 작별미사가 줄을 이었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6월29일로 예정된 새 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지난 30년간 서울대교구장직에 봉직해 왔던 김추기경의 노고와 희생에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미사를 잇따라 봉헌했다.
18일 오후6시, 신학교 교수사제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어진 감사미사는 19일 교구사제들과의 감사미사, 20일 교구청 각단체 및 직원들과의 감사미사, 22일 수도자 및 평신도들과의 감사미사 등으로 봉헌됐다.
특히 이번 감사미사를 통해 교구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 교구청 직원들은 한결같이 김추기경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원하는 한편 새 교구장으로 부임할 정진석 대주교를 도와 2천년 대희년의 새 날을 기쁨속에 맞이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사제들과 함께하는 감사미사
사제단 환송행렬 시편 노래
서울대교구는 6월19일 오전10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제4회 사제성화의 날 행사에 이어 오후3시에 봉헌된 김추기경과 교구사제들과의 감사미사에는 보좌주교를 포함 약 400여명의 사제들이 참례, 30년동안 서울교구를 이끌어온 김추기경과의 형제적 사랑과 아쉬움을 나누었다.
전체 교구사제들과의 공식적인 마지막 미사가 된 이날, 김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인간적인 많은 부족함 때문에 상처를 주고 섭섭함을 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청하고 싶다』고 말하고 『앞으로 몇 해가 더 남아 있을지 모를 여생이지만 기도와 봉사로써 교회에 이바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추기경은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대주교와 함께 교구사제가 참으로 하나되어 믿음과 사랑의 교구로 아름답게 발전될 수 있길 기원한다』말 했다.
특별히 교구사제들과의 이날 감사미사에는 예정에도 없던 교황대사 죠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가 참례, 김추기경에 대한 교황과 교황대사의 각별한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교구사제들과의 감사미사에 이어 김추기경이 신학교를 떠날 때는 미사에 참례했던 전 사제단이 환송행렬을 이뤄 「Ecce Quam Bonum」이라는 시편구절을 함께 노래하며 김추기경과의 송별을 아쉬워했다.
이에 앞서 김추기경은 18일 오후6시, 신학교 교수식당에서 교수사제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교구청 및 단체 직원과 미사
30년 한솥밥 식구들과 석별
6월20일 오전9시30분,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김추기경과 교구청 및 단체 직원과 함께하는 미사에는 김추기경과 한솥밥을 먹었던 4백여명의 직원들이 참례, 정든 김추기경과의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보좌주교들과 각 국 및 명동성당 사제단 등 20여명의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한 미사에서 김추기경은 『30년동안 봉직한 교구장직을 떠나면서 직원들과 마지막 하직인사를 겸한 감사미사를 드리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고 『앞으로 새 교구장님을 잘 도와 한국교회 복음화에 더욱 이바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가톨릭회관 강당에서 열린 다과회에서 김추기경은 직원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마련한 영적예물을 전달받고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부르며 직원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희생과 봉사에 화답했다.
수도자ㆍ평신도들과 감사미사
6천여명 성당안팎 가득 메워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내는 아쉬운 작별미사가 봉헌되던 6월 22일 오전11시. 명동성당 일대에는 사상 유례없는 6천여명에 달하는 신자들이 운집, 김추기경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을 표시했다.
서울평협(회장=류덕희, 지도=박기주 신부)과 서울대교구 사무처(처장=염수정 신부)가 주관한 이날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하는 미사는 지난 30년간 교구장으로 봉직해온 김추기경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동안의 노고와 희생에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신자들은 명동성당 마당에서 「영원한 젊은 오빠」 「추기경님 사랑해요」 「가난한 이웃들의 영원한 친구」라는 글귀를 적은 피켓을 각자 준비, 미사집전을 위해 성당으로 입당하는 김추기경을 환호하는 등 추기경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제1부 미사 및 제2부 함께하는 감사의 자리, 제3부 나눔의 자리 등으로 이어진 이날 행사에서 김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그동안 저를 위해 바쳐주신 모든 기도와 봉사, 베푸신 사랑과 희생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고 『모든 교구민들이 믿음으로 하나되어 2천년 대희년과 새로운 천년기에 복음 정신으로 깊이 젖는 교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추기경은 이례적으로 주교들과 사제단, 전신자들이 함깨 손을 맞잡도록 한 뒤 주의 기도를 함께 노래, 교구의 연대와 결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사후 평협은 미사 영성체와 희생 각 78만6천2백16번, 주교를 위한 기도 및 주모경, 화살기도 각각 1백57만2천4백32번, 묵주의 기도 3백93만1천80번 등을 담은 영적예물을 추기경에게 증정.
김추기경은 답사에서 『여러분들의 마음속에서 저는 앞으로 점점 작아지고 제 뒤에 오시는 분은 여러분의 마음안에 점점 더 커지길 기원한다』며 새 교구장으로 착좌할 정진석 대주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수도자, 평신도들이 함께하는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김수환 추기경이 성당문을 나서자 명동성당 종탑주위로 햇무리가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져 신자들이 환호하는 등 일대 소동을 빚기도 했다.
■ 평신도ㆍ수도자 대표 감사인사
■ “교회·국가위해 더 큰 일을” - 류덕희 <한국평협 회장>■
존경하옵는 김수환 추기경님!
우리 겨레의 험난했던 현대사의 질곡속에서 한국 가톨릭의 위상을 바로 세워 우리 교회가 늘 참다운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신데 대하여 평신도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저희는 추기경님께서 베풀어 주신 큰 사랑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이러한 만남을 마련했습니다.
추기경님은 지난 30년간 서울대교구장직에 계시면서 우리 교회의 발전과 사회의 정의구현을 위해 크나큰 업적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공경하올 추기경님!
항상 저희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함께 하시면서 새로운 2000년대의 복음화를 위해서 더많은 지도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우리 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 가운데서 언제나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중심을 이루어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나라의 장래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큰 일을 많이 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이러한 일들을 위하여 추기경님이 늘 건강하시길 하느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 “자애로운 아버지 큰 스승” - 홍순흥 수녀 <여수도회장상연 회장>■
존경하옵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지금 저희의 마음은 마치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던 부모님을, 삶의 큰 귀감으로 평생 잊지 못할 큰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을 멀리 떠나보내 드리는 것처럼 섭섭함과 아쉬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를 표상하는 이미지가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추기경님이십니다. 또 잊을 수 없는 모습은 아무리 바쁘고 분주하셨어도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 호소할 곳도 없이 울부짖던 이들이 손을 벌릴 때마다 모든 것을 마다 않고 뛰어가 주시던 모습입니다. 그래서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의 지도자만이 아니라 종교를 초월하여 온 국민의 사랑받는 정신적 지도자로 우뚝 서 계신 것입니다.
추기경님! 당신의 인자하신, 자애가 넘치는 모습을 가까이 바라보면서도 저희도 그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예수님을 보여드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추기경님은 언제까지나 저희의 자애로운 아버지이시고 큰 스승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