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예수 성심 대축일은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다. 사제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밀접히 「일치」되기 위해 이날 특별히 한 자리에 모여 친교를 이룬다. 사제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은 평생토록 해야 하는 수련이다. 이러한 영성수련을 위해 교회는 단계별 사제 평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제성화의 날」을 맞아 신학교의 영성수련 과정을 보도하기 위해 북방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인천가톨릭대학교를 탐방했다.
"영성수련 절실한 시기" - 최기복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총장)
『개인은 성인 사제가 되고 교회 소임으로는 선교사가 되라고 가르칩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설립에 앞서 유럽의 신학교 20여개교를 견학한 최기복 총장신부는 『유럽의 많은 교구들이 신학교 교육의 쇄신을 교구 첫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제3천년기를 준비하는 현시점은 어느 시대보다 성직자 양성과 신학교 교육의 쇄신을 더욱 요청 받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제3천년기는 「평신도의 시대」로 현시대가 아닌 완전히 다른 변혁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평신도의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선 어느 시대보다 더욱 훌륭한 성직자들이 배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신부는 『교회생활에 열심해온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신학교의 생활 방식과 사제 양성에 필요한 요구사항들과는 너무나도 크게 불일치하고 있어 충분한 영적 수련기간이 요구된다』며 『인천가대는 이를 위해 1년간 수업 중단 기간을 설정, 사목적 훈련기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최신부는 또한 『신학교 교육의 거의 대부분이 지적 공부가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이 진정한 영적 수련을 닦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신학생들을 참된 인간, 성숙한 그리스도인, 성숙한 사제로 양성하기 위해선 특별 수련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천주께 감사합니다』
여명을 깨우는 짧은 찬미로 신학교의 하루는 시작된다.
미처 다 쫓지 못한 잠꼬리를 눈꺼풀에 이고 종종 걸음으로 성당을 찾는다. 성무일도를 마치고 묵상기도를 하는 신학교 1학년생들의 자세가 제법 그럴 듯 하다.
신학교의 일상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마친다. 때때로 단조롭다는 느낌마저 들만큼 기계적이다. 그러나 「규칙 안에 사는 것이 하느님 안에 산다」는 오랜 신학교 격언처럼 신학생들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교회의 공동체적 삶과 사제로서의 소양을 배양해 간다.
만일 사제들이 없다면 교회는 교회가 인간 역사 안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자 가장 핵심이 되는 교회의 사명을 실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인천가톨릭대학교도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어렵사리 설립된 신학교이다.
앞산에 오르면 북녘 땅이 지척해 보이는 최북단에 위치한 인천가톨릭대학교. 민족의 복음화와 아시아 선교를 위한 소명의식을 다하기 위해 강화도에 세워진 인천가톨릭대학교의 사제양성교육은 여느 국내 대신학교와 달리 독특한 일면이 있다. 바로 학부 4년과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수련기」이다.
수련원 신축공사가 완공되는 내년부터 실시하는 「특별 수련기」 과정은 1년. 성숙한 사제로 성장하기 위해 수업 없이 1년간 대피정을 하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신학생들은 자신을 성화하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열성을 다해 사목할 수 있는 복음의 추수꾼이 될 수 있도록 중단 없는 기도를 한다. 그리고 이 기간 현대 사회가 영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사제로 자신들을 양육하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온전한 봉사와 봉헌의 자세를 익힌다.
인천가톨릭대학교는 특별 수련기 교육의 최대 성과를 위해 25억원을 투자해 수련원을 짓고, 소성당과 강의실, 독방 30개 시설을 금년 안에 갖출 예정이다.
인천가톨릭대학교만이 유독 신학생들에게 특별 수련기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한국의 7개 대신학교에서는 교황청의 권고에 따라, 학부 1학년을 「영성의 해」(Spiritual year)라 해서 특별 영신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1학년 「영성의 해」는 학업을 중단하고 영성 수련에만 전념할 수 없는 한국 교육제도상의 문제가 있다. 더욱이 한국은 서양과 달리 입학 신학생들이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성장하지 못했으므로 복음이나 교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여서, 너무 어린 나이에 영성 수련을 시킨다면 외골수적이고 편협된 틀을 만들어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인천 가대는 개방적이고 폭넓은 영성을 지닌 사제들을 양성하기 위해 1학년 「영성의 해」는 현재대로 하고, 학업을 중단한 정식 수련기는 학부 4학년과 군복무를 마친 후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어느 정도의 사회경험을 한 상태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따라서 인천가내는 국내 유일의 8년제 신학교가 될 전망이다.
인천가대의 신학생 영성수련 방법은 독특하며 단계적이다. 1~2, 3~4, 5~7학년을 구분, 「성숙한 인간」 「성숙한 그리스도인」 「성숙한 사제」로 성장하는 3단계 영성 수련을 실시중이다.
초보기인 「성숙한 인간」단계는 1, 2학년 신학생들에게 「인간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주된 테마는 「예절」. 그리고 올바른 신앙 성장을 위해 교리교육과 묵상지도, 영성훈화, 성서40주간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단계인 3~4학년은 「그리스도를 따라 살기」 위한 지적교육인 신학과 신학의 본질을 이루는 신앙생활의 인격적 조화를 다져간다.
「성숙한 사제」의 영적 수련 단계는 말 그대로 사목자로서 갖추어나갈 소양을 배운다. 말씀과 성사 및 목자로서의 사랑이라고 하는 사제의 3대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사제의 영성생활을 접목시켜 사제의 삶과 활동이 일관되게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이 되게 교육한다.
그래서 인천가대 교수진은 「군자입지」(君子立志)를 강조한다. 학문하는 군자의 목표가 「성인」이 되는 것인 만큼 교육을 받고 있는 신학생들의 목표 역시 「성인(聖人)사제」가 되는 것이다. 교수신부들은 이러한 「성인 사제」의 열망을 갖고 생활해 나갈 것을 신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다.
인천가대는 또한 북방 선교의 시대적 사명을 인식, 신학생들에게 특별히 「선교사로서의 영성수련」을 강조하고 있다. 제3천년기 한국교회의 선교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천가대는 「선교학」 「동양철학」 「중국어」는 필수이며 「겨레문화연구소」 「아시아복음화연구소」를 설치하고, 국내 신학교로는 유일하게 「북한 특수자료관」을 설립했다. 「북방선교센터」도 곧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선교사로서의 체력단련과 자신을 다스리는 인내와 의지를 터득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전학년이 마라톤과 등산을 실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영성의 해 1년 동안 외출조차 없는 1학년생들이 방학생활을 위해 분주히 짐꾸러미들을 챙기면서 드러낸 첫 반응은 「자신감」이었다. 『처음엔 거칠고 어색하던 신학교 생활이 이젠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하는 1학년생들을 지켜본 영성지도신부들은 『아이들이 이젠 내적으로 공허하지 않게 어느 정도 채운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사제성화의 날 특집] 인천가톨릭대학교 탐방
「특별수련기」 1년…오로지 영성심화에 주력
「성숙한 인간 - 그리스도인 - 사제」 교육
군자입지 강조…목표는 성인사제 양성
발행일1998-06-28 [제2108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