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시대가 열렸다. 2천년 대희년과 제3천년기를 열어갈 주역으로 6월29일 착좌한 정진석 대주교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와 서울대교구민들의 기대 또한 사뭇 크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의 장을 펼칠 정진석 대주교의 제13대 서울대교구장 시대를 미리 조망해 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 새로운 대주교 모델 제시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정진석 대주교는 서울 출신 첫 주교일 뿐 아니라 첫 번째로 대주교가 된 분이다. 서울대교구가 1831년 조선대목구 설정이래 167년 만에 지역출신 교구장을 배출한 것이다.
사목자들은 정진석 대주교가 우선 인구1천만 명이 넘는「메갈로폴리스」인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교구가 메갈로폴리스며 수도좌(首都座)대교구인 만큼 정 대주교처럼 교구장 주교로서의 풍부한 사목 경험을 지닌 분이 계속해서 교구장으로 착좌할 것이며, 그 임기도 10년 터울로 정착되어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사목자들의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할 때 교황청이 정진석 대주교를 시작으로 서울대교구장의 「준거」를 새롭게 마련했다고 받아들여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듯하다.
▩ 사목 기준은 「쇄신」과 「복음화」
교회의 본질은「쇄신」과「복음화」에 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있어 무엇이 옳고 가장 효과 있는 것인지를 최후로 판단할 책임을 지닌 교구장으로서 정대주교가 선택해야 할 사목 기준 역시 「쇄신」과 「복음화」라는 것은 자명하다.
아울러 청주교구장으로 재임할 당시 정대주교가 교구 공동체의 우선적 과제를 「쇄신」과「새로운 복음화」임을 항상 강조한 사실을 유추할 때 서울대교구 사목방향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의 쇄신을 위해 정진석 대주교는 우선 사제단에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직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과 교구장에게 협조할 것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평신도들에겐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의 특별한 소명을 촉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대주교는 지난 5월30일 서울대교구장 임명 기자회견장에서「서울대교구의 대형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사제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정 대주교의 이 같은 발언은 사제단에게「위계적 결합」을 강조하기 앞서 「사목은 함께 하고 영광은 사제에게, 탓은 교구장이 짊어진다」는 원칙하에 사제들이 자발적인 사목활동의 역량을 최대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교구장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새로운 복음화」라는 사목지표에 대해서도 정대주교는 항상 이의 실현을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표현을 빌어「새로운 열의」「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을 구현할 것을 강조해 왔다.
정대주교는 평소『선교는 교회를 새롭게 하고, 신앙을 견고케 하며 예수 그리스도님을 증거하고 새로운 열정과 자극을 주는 만큼 교구 모든 공동체 구성원은 선교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또 서울대교구장 착좌식 미사 강론에서도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육신의 절제와 자기희생, 순교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봉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주교에게 있어「교회의 내적쇄신」과 「새로운 복음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동일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대주교는 사목활동에 있어 사제와 평신도 개개인의 창의적인 직무수행과 자발적인 활동을 철저히 강조하고 독려할 것으로 예상되다.
▩ 쇄신과 복음화의 방안
정대주교는「쇄신」과「복음화」의 방안으로 ▲교회 운영과 재정의 투명 ▲선교하는 신자상과 현장 중심의 선교 모색 ▲지역선교 및 북방선교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교회 및 사회활동 참여 ▲생명과 사랑의 문화건설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정대주교의 5가지 사목 방안은 서울대교구장 재임 중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정대주교가 지난 5월 기자회견장에서 서울대교구의「내실화」를 중점 강조, 당신의 사명이 급속도로 성장해온 서울대교구에 영적, 내적인 성숙과 충만도를 다지는데 있음을 분명히 한 사실도「쇄신」과 「복음화」의 방안으로 위의 5가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 중점적 사목 방안은 「북방선교」와 「가정성화」
정대주교는 평소 남북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각별한 소명의식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서울 대교구장 임명 발표 당시 정대주교가『나는 서울대교구장직 보다 평양교구장 서리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북방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 나가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대주교는 북방선교에 대한 자신의 소명을 늘 자각하기 위해 평양대목구장으로 6.25때 순교한 번주교의 목장을 물려 사용해 왔다. 또 북한 사정에 밝은 사제들이나 평신도들로부터 폭넓은 정보 수집을 하는 등 이북 동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 왔다.
북방선교에 대한 정대주교의 적극적인 제스처는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활동하고 있는 교회내「민족의 화해와 일치」운동 단체들을 어는 하나를 구심정으로 연대, 통합해 그 힘을 집중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대주교가 평소 민족의 화해를 위해선「영적인 보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만큼 일차적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이 서울대교구 안에서부터 저변화될 전망이다.
정대주교는 5월 기자회견장에서 서울 대교구장으로서의 중점적 사목 방안은 「참된 행복이 구현되는 가정 성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교회 사목의 중심이 근원적인 그리스도교 기초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출발돼야 함을 알리는 교구장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었다.
윤리적, 사회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는 「행복한 가정 건설」이다. IMF 체제하에서 실직과 실업이 증가하면서 가정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특히 교회 구성원 절대수가 「중산층」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실정을 감안 할 때「신자 가정의 파괴와 해체」는 교회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커다란 숙제이다.
가정 해체가 근원적인 사회 문제인 만큼 정대주교의 「행복한 가정론」은 교회운영과 대사회 참여 문제의 공동 주제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정대주교는 이의 실현을 위해 「소공동체 운동」과 「구역반모임」운동, 신자들의 신심을 부흥시키고, 「도시빈민사목」「노동사목」「사회복지사업」「실업자 대책」「생명, 환경운동」등 특수사목 분야를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복시성운동도 새 국면
정대주교의 신앙모델은 바로 한국의 순교자들이다. 정대주교는 항상 신자들에게 순교자적 삶의 자세를 지닐 것을 강조해 왔다.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미뤄 볼 때 정대주교가 순교신심을 활성화하고 이의 확산을 위해 최양업 신부를 비롯한 신유박해 순교자, 6.25 순교자, 초기교회 순교자 등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운동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임 교구장에게 거는 기대
서울대교구민들은 정진석 대주교를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가장 적합한 교구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대교구민들은 짧게는 제13대 서울대교구장 재임 기간 중, 길게는 새로운 천년기를 조망하는「천년대계」(千年大計)의 사목지표를 세워줄 것을 신임 교구장에게 기대하고 있다.
세월의 짧고 긺에 상관없이「이 땅에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최선의 사목지표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당신 재임 기간중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보여도 또 다른 새로운 천년기가 시작될 때 한국 교회와 서울대교구의 성장의 기틀이 정대주교로부터 마련됐음을 역사가 평가하는 그런 교구장이 되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서을대교구민의 간절한 소망이 지금 느끼지 못한 만큼 작은 것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진단] 제13대 교구장과 서울대교구 - 신입 교구장 시대를 전망한다
새로운 천년기를 살 사목 토대 구축
“쇄신ㆍ복음화 지향” 사목 기조 계속 유지
「북방선교」에도 지대한 관심…전환기 될듯
사제단 협력·자율 강조…“새 시대 열 적임자” 기대
발행일1998-07-05 [제2109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