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앞바다를 붉게 적시며 토함산 영봉 위로 떠오르는 태양,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던 한 남자는 앵글을 해돋이에 맞추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렌즈 안은 온통 붉은 태양으로 이글거린다.
「경외심」. 토암산 해돋이는 그에게 경외심을 일으키며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바다사진 전문작가 김정식(성우안토니오ㆍ48ㆍ서울 명일동본당)씨. 바다 냄새가 좋은 바다 사나이 김씨는 고향이 경남 남해다. 그는 걸음마보다 수영을 먼저 배웠다며 웃음 짓는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이 방면에 전문 사진작가가 됐다.
『바다를 보면 숨통이 확 트입니다. 저는 고기 비린내, 밀려드는 파도 등 바다의 모든 것을 사랑해요. 촬영 때문이 아니라 그냥 바다가 좋아서 가곤 합니다』
카메라와 함께 한지 25년. 그동안 그는 눈부신 활약상을 펼쳐 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 한국사진작가 협회 이사인 김씨는 공보처 및 프레스센터 주최 「한국인」주제의 사진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 제물포 사진대전 최우수 2회 및 특선 문공부장관상, 대한민국 사진 전람회 연속 특선 2회 및 입선 8회 등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 6월16일 전문작가들을 대상으로 방영되는 KBS 신 한국기행에 초청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세계 최고 작가들의 등용문인 일본 아사히 국제싸롱에서 베스트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90년 「숨 쉬는 바다」를 주제로 서울 충무로 후지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김정식씨. 그는 7년간 개인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테마는 바다 풍경, 바다 생활, 레저.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모습들을 렌즈에 담아왔다. 만선의 깃발을 단 어선이 갈매기 떼를 끌고 들어오는 모습, 횟감을 고르려는 식당주인, 순식간에 시장터로 변하는 포구의 모습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담기 위해 테마를 세 분야로 나누었죠. 저는 해뜨기 직전 조용한 바다를 좋아합니다. 또한 바다의 동적인 이미지를 즐겨요. 고요하던 바다기 갑자기 성난 파도로 돌변하는 양면성. 이런 이미지 때문에 즐겨 바다를 찾게 됩니다.』
김씨는 오는 9월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후지 갤러리에서 제2회 개인전 및 출판 기념회를 펼친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바다 관련사진만 1만여컷. 김씨는 그 작품사진 중에서 엄선해 사진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원양어선을 타고 6개월 정도 바다에 나갈 계획입니다. 주변 정리가 되는대로 이 일에 착수할 거예요.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그곳의 아름다운 장관을 마음껏 촬영하고 싶습니다』
영원한 바다 사나이 김정식씨. 바다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수 없다는 김씨는 차에다 카메라 장비를 가득 싣고 오늘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간다.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6. 바다 사진 전문 작가 김정식씨
숨 쉬는 바다. 그 숨결이 흐른다
발행일1998-07-05 [제2109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