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는 교계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성직자와 수도자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와 기대, 그리고 교회 내에서의 의사소통 정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교계제도에 대해서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갖출 것을 요구하는 품성과 능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미사 강론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통해 파악해 보았다. 또한 교회 지도층의 지침이 일반 신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고 있는지, 그리고 교회 지도층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들에 일반 신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봄으로써 교회 내 의사소통의 문제에 접근하였다
1.성직자와 수도자에 대한 신자들의 기대
먼저, 오늘날의 신자들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어떤 품성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을까? 먼저<표-1>에서 보듯이, 신자들이 「성직자」에 대해 요구하는 우선 순위는, ① 신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영성과 기도생활(35.7%), ②신자들에 대한 겸손과 자상한 태도(24.7%), ③신자들에 대한 헌신적이고 봉사적인 태도(15.6%), ④신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폭넓은 지식과 안목(12.5%), ⑤검소하고 절제있는 생활(9.3%), ⑥맡은 소임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행정능력(1.5%)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수도자」에게 요구하는 우선순위는, ①영성과 기도생활(32.1%), ②겸손과 자상한 태도(21.6%), ③헌신적이고 봉사적인 태도(20.7%), ④검소하고 절제 있는 생활(10.4%), ⑤폭넓은 지식과 안목(9.6%), ⑥소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전적인 투신과 책임감(5.4%)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검소하고 절제있는 생활 그리고 폭넓은 지식과 안목 사이의 순위만 다를 뿐, 신자들이 성직자와 수도자에게 요구하는 우선순위는 대체로 비슷하다. 또한 신자들은 「모범적인 영성과 기도생활」을 성직자와 수도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고 있으나, 강조하는 정도는 성직자에게 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신자들이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요구하는 상(像)은 신자들에게 군림하고 명령하는 행정가나 지식인 혹은 학자라기보다는, 「영성적이고 청빈한 삶을 통해 신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겸손하고 자상하며 헌신적인 봉사자」라고 할 수 있다.
신자들이 가장 자주 접촉하게 되는 성직자는 단연 본당 신부이다. 신자들이 본당 사제들에게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한가지 방법은 미사 강론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것이다. <표-2>에 나타나 있듯이. 과반수의 신주들(53.3%)은 미사 강론의 중점이 「신앙인이 갖추어야 할 삶의 자세」에 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는 마음의 위로와 평화(19.6%), 이웃에 대한 나눔의 실천(17.9%), 교리나 교회에 대한 이해 증진(7.5%)등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1987년의 조사에서는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의 분포가 신앙 및 영성생활(76.4%), 교리나 교회상식(11.8%), 사회정의의 선포(7.4%)의 순서로 나타났었다. 두 조사는 모두 신자들이 본당 신부로부터 신앙인의 바람직한 삶의 자세나 정신적 위로와 평화 등 신앙 및 영성생활에 관한 지도를 가장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두 조사의 범주들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신앙.영성생활에 강론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견해 그리고 교리나 교회상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견해는 다소 감소된 반면, 사회복지나 사회정의를 위한 노력 등 이웃에 대한 나눔의 실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견해는 상당히 증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교회 내의 의사소통
이미 우리는 종교교육과 관련된 부분에서 교회 계통의 출판물 가운데 절반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매체가 주보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가톨릭신문, 98년 6월
7일자 참조). 그러나 이미 교세가 수백만명으로 불어난 상태에서 방송과 함께 교회의 대중적인 출판물들(특히 정기간행물들)이 교회 내의 의사소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황은 교회 내의 의사소통 구조가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지 못하리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전교회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캠페인과 프로그램들에 대한 신자들의 낮은 인지도(認知度)로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 주교회의와 교구장의 사목교서를 많이 혹은 어느 정도 읽는 사람은 10명중 2명 정도일 뿐이었는데, 이 사실은 교구장의 사목 방침에 대해 매우 잘 알거나 혹은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고 응답한 신자가 전체의 34.9%에 불과한 사실에서 재확인되고 있다. 최근 교회의 활동들에 대한 신자들의 인지 정도는<표-3>에 요약되어 있다. 제시된 10개 영역중 북한동포와의 나눔운동(63.3%), 환경운동(55.4%), 소공동체운동(53.4%), 생명운동(52.4%)의 네 개 영역을 제외하면, 교구장의 사목방침을 비롯한 나머지 6개 영역에서는 신자들의 절반 이하만이 「매우 잘 알고 있다」거나 「어느 정도 아는 편이다」라고 응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동일한 응답을 한 신자의 비율은 대희년 준비의 경우 전체의 44.7%이고, 2천년대 복음화운동 41.7%, 정의평화운동 38.9%, 도시-농촌 협력운동 36.3%, 교회재일치운동 33.5%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낮은 인지도로 나타나는 교회 내 의사소통의 장애와 단절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의사소통체계로 인해,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교회 상층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신자 대중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에 소개했듯이, 본당의 다른 신자들과 신앙생활이나 일상생활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편인 신자들은 전체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가톨릭신문, 금년 5월 10일자 참조). 이렇게 보면, 의사소통의 장애는 평신도간의 「수평적인」 차원이나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수직적인」 차원 모두에서 심각하지만, 「수평적」 의사소통의 문제보다는 「수직적」 의사소통의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수직적」 의사소통의 장애문제는 우리 교회의 중앙집권적이고 위계적인 조직구조가 신자들의 일치나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정책집행과 같은 미덕을 발휘하기보다, 교회의 비대화 추세와 결합되어 「관료적 비효율성」을 체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표-4>에서 보는 것처럼, 교회 활동에 대한 이처럼 낮은 인지 정도는 다시금 그에 대한 낮은 참여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제시된 9개 영역 중 절반 이상의 신자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거나 「어느 정도 참여하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영역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교회재일치운동(22.5%), 대희년 준비(25.7%), 2천년대 복음화운동(28.3%), 정의평화운동(28.4%), 도시-농촌 협력운동(28.7%)에 참여적인 신자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 밖의 환경운동(33.8%), 생명운동(34.0%), 북한동포와의 나눔운동(34.1%), 소공동체운동(37.9%)에 대한 참여 정도 역시 30%대에 머물러 있다.
<표-5>는 최근 교회 활동의 각 항목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거나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을 합하여 「인지도」로 하고, 동일한 항목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거나 어느 정도 참여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의 합을 「참여도」로 하여 대조시킨 것이다. 표에서 보는 대로, 북한동포와의 나눔운동(인지도와 참여도의 차이가 29.2%), 환경운동(21.6%), 대희년 준비(19.0%), 생명운동(18.4%), 소공동체운동(15.5%), 2천년대 복음화운동(13.4%), 교회재일치운동(11.0%), 정의평화운동(10.5%)의 순서로 인지도와 참여도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도시-농촌 협력운동의 경우 이 차이가 7.6%로 나타나 인지도와 참여도간의 괴리가 비교적 덜한 편이다.
[특집] 가톨릭신자 종교 의식과 신앙생활 -「교계제도에 대한 태도와 교회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창간71주년 기념 신자의식 조사
교회내 다양한 활동 “잘 몰라”…의사소통 “삐그덕”
성직ㆍ수도자 공통 「모범적 영성ㆍ기도생활」기대
「신앙인이 가져야 할 삶 자세」에 강론 중점 바라
교회 출판물 보급 저조…“의사전달 단절ㆍ장애”
낮은 인지도로 참여율 또한 낮아, 괴리 폭 심해
발행일1998-07-12 [제211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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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성직자, 수도자의 요건

▲ <표-2> 미사 강론의 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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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3> 최근 교회 활동에 대한 신자들의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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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4> 최근 교회 활동에 대한 신자들의 참여도

▲ <표-5> 최근 교회 활동에 대한 인지도와 참여도의 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