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시아버지 장례를 성당에서 치른 박모씨(대구거주). 성당이라고 믿고 맡겼다가 낭패를 봤다는 그는 『속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경황이 없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나마 끝난 일을 갖고 더 이상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장인 장례를 치렀다는 김모씨도 낙심한 경우. 부산에 살며 장의용품의 적정가격을 익히 알고 있던 그는 몇 배에 달하는 용품가격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김씨의 경우도 성당 연령회가 주선한 장의업자가 장례를 도맡았다.
성당 장례와 관련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거품가격의 하나인 장례비용을 줄이고 교회 이미지를 드높이기 위해 교구차원에서 장의용품 등을 구입, 이용케 하는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각 본당 연령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장례과정에 잡음소지가 상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점차적으로 지역(혹은 지구)단위나 가능하다면 교구 차원에서 장의용품 직판체제를 도입,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교구 사회복지회에서 장의용품을 각 본당에 저렴하게 공급해 주고 있는 부산교구의 경우 아직 확산 단계이긴 하지만 교회밖 장례비용의 절반 혹은 1/3에 지나지 않아 신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성당 장례에서도 사회와 비슷한 「바가지요금」이 많아 신자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그로 인한 신자들의 허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
특히 본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장례비용 가운데 일부가 본당 연령회장에게 「리베이트」 형태로 제공돼 이같은 거품가격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년째 본당 연령회장을 맡고 있다는 김모씨(부산 거주)는 『업자가 상가에서 받은 돈 가운데 일부가 연령회장의 계좌로 온라인 입금된다』고 털어놨다. 김씨에 따르면 연령회장의 수중에 들어가는 돈은 사례비 수준을 넘어 한건당 수십만원에 달했다.
부산교구 사회복지국장 배상복 신부는 『사회의 장례비리가 심각한 탓에 상대적으로 무감각해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연령회의 활동이 그 자체로 고귀할 뿐 아니라 교회를 알리는 중요한 기회이므로 이러한 잘못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굳어진 이러한 관행은 긴 시간을 두고 지속적인 개선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교회가 앞서 이같은 부조리를 개선해 나간다면 교회에 대한 호감도 훨씬 높아 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획취재] 장례비 “거품”제거, 교회가 나서자 (상)
교회에도 “바가지”상혼…개선 시급
일부 연령회장-업자간 비리 관행화
교구차원 직판체제 도입 서두러야
고귀한 위령활동에 흠집… “자성의 계기삼자”
발행일1998-07-19 [제2111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