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 내가 묻히고서야 그 귀농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유명한 농사꾼
특별한 농사기술없이, 그렇다고 마땅한 벌이도 없이 농촌으로 들어가겠다는 남편만을 믿고 막연한 두려움에 따라나선 새 신부 김혜령(제노베파)씨와 강원도 홍천에 보금자리를 튼 지 2년. 김장일(도밍고ㆍ41)씨는 어느새 내면 율전리 일대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농사꾼이다.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의 직장생활과 4년 여에 걸친 교사생활까지 접어두고 농촌에 찾아든 김장일씨 부부는 이제 겉모양 새 뿐 아니라 속내도 농사꾼 자체였다.
농촌에서 함께 할 배우자를 찾느라 결혼을 늦추다 빛두레신앙인학교에서 만나 39살과 35살의 나이로 늦은 결혼을 한 김장일씨 부부는 귀농을 앞두고 맞은 여름휴가내 강원도를 일주하며 자신들이 뿌리내릴 곳을 찾아나서기도 한 억척들. 양양을 넘어오다 쉬게 된 것이 인연이 돼 오늘의 삶의 터전이 됐다고.
뭘 먹고 사나 걱정
『처음에 농사지으러 내려가자고 했을 땐 시골에서 뭘 먹고 사나 너무 걱정스러웠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혜령씨가 세살배기 성연(스텔라)이와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농촌생활을 더 주장하는 입장이 됐다고 한다.
태백, 정선보다 해발이 높은 율전리는 고개 하나 차이로 서리가 20여 일이나 빨리 내리고 꽃도 보름이나 늦게 피는 곳. 귀농 첫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씨를 뿌리고 마을 사람들이 일나갈 때 일나가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김장일씨네는 이제 3천여 평에서 5천여 평의 밭을 일굴 정도로 손도 익었다. 짧은 경험이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찰옥수수 감자 콩은 물론 팥 서리태 고추 등도 심으며 농사의 맛과 멋을 한껏 즐길 줄도 알게 됐다.
매년 자신의 밭 토양을 검사하는 등 누구보다 애정을 보이고 있는 김장일씨는 삶이 중심이 된 선택이 아니라 낭만으로 귀농을 택한다면 그나마 형성돼 있는 농촌공동체마저 깨뜨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투기성 귀농은 실패
무책임한 귀농을 부추기는 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일반농민이 할 수 있는 농사를 해야지 애초부터 투기성을 띠는 돈버는 귀농을 꿈꾼다면 분명히 실패할 뿐』이라고 말하는 정직한 농부다.
얼굴있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농촌공동체!
김장일씨네가 꿈꾸는 농촌은 도시의 식자층이 손쉽게 들어왔다 원할 때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협동조합식 유기농을 통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난한 농촌공동체가 시름을 벗고 좀 더 밝은 공동체로 커가는 것, 이들의 소박한 소망이다.
『「선택된 가난」의 정신만이 현재의 강요된 가난한 삶을 벗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김장일씨는 이른 새벽 밭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오늘도 기도로 하루를 맞는다. 『주님, 없어도 넉넉해지는 삶, 그런 삶 속에서 누구보다 주님께 가까워지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농민주일 특집] 귀농후 유기농 짓는 김장일씨 가족
보고 따라하기 2년 이제야 농사재미 “솔솔”
발행일1998-07-19 [제2111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