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비롯한 사회 일반의 실직자 돕기 프로그램이 정신개혁운동 차원으로 거듭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초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IMF 경제난의 영향이 교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결과 교회는 올초부터 그 심각성을 인식. 다각적인 IMF 극복운동을 벌여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우리 사회 저변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는 「금 모으기」운동이다. 이런 금 모으기 운동에 이어 각 본당별로 번져 나갔던 운동이 「실직자 돕기 회원 가입」 「2차 헌금」 「성금 모금」 「알뜰 장터 및 벼룩시장 개설」등의 움직임이다. 이같이 어려운 시기에 실직당한 우리 이웃들과 신앙인으로서 사랑을 나눈다는 일련의 운동을 통틀어 「실직자와의 나눔운동」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실직자와의 나눔운동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이어진 운동이 「급식소」 「쉼터 및 상담소」개설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공간 나누기 운동이었다.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좀더 실질적인 도움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보다 더 구체적인 몸짓이었던 셈이다. 이 운동의 결과 전국 곳곳에는 실직자들을 어루만져줄, 또는 잠시나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적잖이 생겨났다.
이렇듯 그간 교회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이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실직자 돕기 운동은 크게 실직기금 조성을 통한 「재정지원」과「공간 나눔」의 두 흐름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이 결과 올초에 보여졌던 어린이나 학생들의 굶주림과 가장들의 의욕상실로 인한 자살 등의 사례는 더 이상 크게 번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현재의 흐름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보다는 고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
즉, 총체적인 불신의 의식구조와 체념과 실의로 인한 「아무렇게나식(式)」의 사고가 사회저변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다 더 심각성을 더해주는 것은 현재의 IMF 경제난이 만들어내는 특수 상황이 단발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교회나 사회가 벌여왔던 「재정지원」과 「공간 나눔」 등의 운동을 「물질적 나눔운동」이라 한다면 향후의 운동은 보다 더 고차원적인 「정신개혁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먼저 교회와 사회는 IMF 경제난으로 인한 현재의 물질적 정신적 파탄 상황이 한때의 정책 실패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우리 사회 속에 내재ㆍ축적되어온 총체적 문제점이 IMF라는 특수한 시기를 맞아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제반 문제점의 원인을 한쪽의 탓으로만 돌릴 경우 자칫 자신은 물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반성을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는 가진 자 나름대로 현재의 위기를 덜 가진 자들의 나태로 돌릴 수 있으며, 갖지 못한 자는 그들 나름대로 위기의 총체적 원인을 가진 자들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는 우리 사회 저변에 퍼져 있는 허위의식과 현재의 문제가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신자들이 지난 삶을 반성하고 그들에게 가난의 정신을 새롭게 심어줌으로써 잘못된 가치관을 바꿔 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최근 모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직자 중 70% 이상이 3D업종을 구직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현재 우리 사회의 정신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허위의식이 쉽게 사라지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지라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낼 줄 모르는 동시대인들에 대한 책임에서 그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전체교회 차원에서 다양한 정신개혁 프로그램을 개발, 제시하고 공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정신개혁운동과 함께 연대운동 차원으로 실직자 돕기 프로그램을 승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IMF라는 시대적 역경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의식이 연대의식인 것이다.
연대의식의 단초는 그간에 벌여온 다양한 실직자 돕기 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전의 운동에 대한 반성적 평가 속에서 연대의 수위와 질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즉, 이전의 나눔이 필요를 충족하고 난 부분을 나눈 것이라 한다면 향후의 나눔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마저 쪼개 내놓을 수 있는 의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교회 차원의 취업 네트워크를 구성, 상호 유기적인 정보교류를 통해 일자리 알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것이다. 아울러 신자기업인의 경우 나눔의 차원에서 해고 자제를 비롯해 한 명 더 쓰기 운동 등을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호기라는 말은 곧 위기를 적절히 활용, 이를 정신개혁과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거듭 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교회를 비롯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듭남의 시기로 IMF 시대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서상덕 기자>
◆ 무너지는 가정 교회가 버팀목 돼야
IMF 경제난으로 인한 이혼과 가출의 속출, 노부모ㆍ자식 부양 포기 등 가정 해체 현상이 늘어나는 가운데 무너지는 가정을 돕기 위한 교회의 실질적 노력이 가속화돼야한다는 의견이 높다.
한국 가정법률상담소가 올 1분기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천8백91건의 내용 가운데 이혼상담이 1천1백41건으로 60.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51.1%)보다 9.6%가 증가한 것이다.
이혼 사유 안에서도 경제갈등, 생활무능력, 빚, 도박, 무책임 등 경제관련 항목 차지 비율이 지난해 62.4%에서 올해는 81.5%로 크게 늘어났다는 것. 이것은 경제문제로 가정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해 주는 수치다.
서울시 가정상담소 상담사례를 보더라도 97년 경우 상담사례 1만6백48건 중 가정불화가 6천4백21건으로 60.3%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IMF 체제인 올 6월까지 5천9백86건의 상담사례중 가정불화가 69%(4천1백28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잠재됐던 가정문제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촉매요인에 의해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덧붙여 「실직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정부에 맡기되 교회는 가정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교회안의 IMF 경제위기 관련 사목 프로그램을 보면 서울 대구 수원 마산 인천교구 등에서 실직자쉼터를 운영중이고 본당차원에서도 기금마련과 지원, 특별행사 등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실직자들이나 실직자들의 가정에 대한 영적 정신적 사목 배려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성완해 신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이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교회는 어느때보다도 가정과 부부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절망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부활의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본당에서는 강론 교육 등을 통해 가정의 유대와 결속을 강조하고 연계 프로그램 등을 준비, 실직자 가족들이나 경제적 위기를 맞은 가정들이 정서적 공황을 맞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성신부는 덧붙이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이같은 정서적 사목 프로그램과 더불어 IMF로 인한 가정위기가 물질적 어려움에서 오는 상황인 만큼 실직자 가정을 위한 물질적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본당 사회복지 기금을 확대, 실직자 가정이나 경제적 위기를 맞은 가족들을 위해 쌀 한 톨이라도 더 나누는 구체적 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직자 자녀들을 위한 본당 장학금 마련 등도 적극 시도돼야 할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소공동체를 통한 구역내 실직자 가정 돌보기, 실직자 가정과의 자매 결연 전개 등도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회내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인한 가정문제는 교회가 장기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어야 할 사항」이라면서 전문적 상담팀을 조직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데 힘써야 할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정문제는 청소년문제 범죄문제를 포함, 사회문제 전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랑새 보금자리 운동」과 같은 저소득 실직가정의 해체 예방과 가정 재결합을 위한 운동도 교회안에서 적극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인다.
「늘 푸른 부부모임」의 윤갑구씨는 『가족간 결속력 강화를 위해 본당 차원의 「사랑의 편지쓰기」 「토요일은 저녁식사 같이하기」 등의 운동 전개도 시도해 볼만 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주연 기자>
[특집 - 본격적인 IMF 시대] 교회의 실직자 돕기를 점검한다 (하)
“IMF는 내 탓 아닌 네 탓”…실직자 70% “힘든 일은 싫다”…
정신개혁운동 전개 가치관 바로 잡자
금 모으기ㆍ물질적 나눔ㆍ쉼터 개설 등
교회, 다각적인 IMF 극복 노력
허위의식 타파…연대의식 키울 때
교회 차원 취업 네트워크 구성도
발행일1998-08-09 [제2114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