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1년간 세계일주를 떠났던 「솔빛별」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8월 31일부터 장장 327일간 세계 27개국을 둘러보고 7월 23일 김포공항에 들어선 조영호(디모테오ㆍ42ㆍ과천본당)씨와 부인 노명희(로사ㆍ37)씨, 그리고 세딸 조예솔(효임골롬바ㆍ11ㆍ청계초등학교 4학년) 한빛(루시아ㆍ10ㆍ3학년) 한별(스텔라ㆍ10ㆍ3학년)양.긴 여행으로 많이 지쳐있을법 한데도 「솔빛별」가족의 환한 얼굴에는 「뭔가 해냈다」는 승리자의 기품들이 가득 배어 있었다.
『하느님께서 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놓으셨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과연 해 낼수 있을까」하는 주위의 시선을 뒤로 하고 거금 9천만 원을 들여 대모험을 결행한 솔빛별 가족은 지난 11개월간의 여행기간중 가족간의 결속과 사랑, 하느님의 한없는 은총, 뭐라도 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웠다며 그 값진 경험을 얻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경비에 대해 결코 아까워 하지 않는 듯 했다.
『처음 여행을 결심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뜻을 함께 해준 가족에게 감사할 뿐이예요. 여행을 마치고 난 뒤 가족들이 더 보람을 느끼고 있어 기쁠 뿐입니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으로 받은 2천만 원과 살고 있던 전셋집을 빼 마련한 4천만 원을 보태 6천만 원의 여행경비를 마련한 솔빛별 가족은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의 긴 여행을 떠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예솔이와 2학년 쌍둥이인 한빛과 한별의 학교공부, 여행의 두려움, 여행 다녀와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야 할지 등등 여행결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인생을 보다 값지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하자」는 마음에서 온가족이 의기투합을 이뤄낸 것.
그러나 여행도중에 IMF한파가 몰아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 여행경비가 3천만 원이 더 추가되는 바람에 총 9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경비를 들이는 어려움도 겪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경비를 들여가며 여행을 하겠다는 발상에 「정신나간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솔빛별 가족은 지금 아니면 다시는 이런 기회를 마련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다녀 온 것이다.
그런 결심 끝에 솔빛별 가족이 맨처음 미지의 땅을 밟은 것은 미국 LA. 그들은 랜터카로 1백10일동안 미국 캐나다 멕시코등 북미대륙을 일주하고 과테말라를 거쳐 스위스, 케냐,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바티칸, 폴란드, 체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영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총 27개국을 돌아 다녔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길에서 제외된 남미와 오세아니아를 빼 놓고는 4대륙을 두루 다닌 셈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각국의 사람들을 진솔하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주로 시장이나 시골, 거주지 등을 많이 찾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사람사는 세상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박물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솔빛별 가족은 여행기간중 특별히 신앙유적지 등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로마 바티칸과 세계 3대 성모님 발현지인 멕시코 과달루페, 프랑스 루르드, 포르투갈의 파티마 등을 찾아 본 것은 물론 가는 길목마다 성당에 들러 온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차를 빌려타고 먼길을 달릴 때 솔빛별 셋이서 묵주신공을 바치며 기도하곤 했어요』
사제가 되기 위해 광주가톨릭대학을 나왔지만 막상 생업에 쫓기면서 소홀했던 신앙생활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회복되는 기회가 될 수 있길 조씨는 딸 아이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다짐했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고해성사를 보고 떠났던 솔빛별 가족은 이번 여행기간중 세계 곳곳에서 교포사목을 하고 있는 사제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신학교 동창과 선후배신부 등 20여 명의 사제들이 곳곳에서 도와 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바쁘신데도 온갖 정성을 다해 도와 주시고 격려해 주셨어요』
여행도중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신트랄에서는 차에 두고 내렸던 노트북 컴퓨터와 필름 등을 도둑맞는 위기를 당해 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었던 이들 가족은 한동안 인터넷으로 자신들의 소식을 고국에 알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 당시가 솔빛별 가족이 이번여행중 겪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솔빛별 가족이 이번 여행중 꼭 이뤄보고 싶었던 것은 바티칸에 들러 교황님을 뵙는 일. 그래서 솔빛별은 그 기나긴 여행길에서도 교황님을 뵈올 때 입을 한복을 곱게 준비해 다녔다. 단 한번을 입더라도 한국의 예쁜 딸들임을 보여주고 싶어 거추장스럽게까지 여겨지는 한복을 가지고 다닌 곳이다.
그러나 바티칸에서 교황님을 뵈올 기회를 만들려고 현지 신부님들을 통해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 때를 맞추지 못해 아쉬운만 남기고 로마를 떠나고 말았다.
솔빛별의 지극정성을 알아챈 천사들이 도움을 준 것일까. 교황님을 뵐 욕심을 버리고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던 솔빛별 가족은 시복미사 참석차 오스트리아 빈을 찾은 교황님을 그야말로 극적으로 1m앞까지 가서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총 4만7천km에 달하는 거리를 차를 빌려 손수 운전하며 몸짓과 손으로 거리를 묻고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 나라 문화를 느껴보려 노력했던 327일간의 긴 여행.
그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솔빛별 가족에게는 9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경비가 들긴 했지만 그 이상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수많은 경험들이 재산목록으로 남겨 질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조영호씨는 귀국하자마자 성남케이블TV 보도부장으로 일하게 됐고 솔빛별은 학교에서 월반을 시켜 주어 한해 쉬지 않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써온 일기와 다양한 글들을 묶어 여러권의 책들을 출판할 계획이며 2백여 통에 가까운 필름과 비디오테이프도 귀중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도전적이며 가변적인 가훈을 가진 솔빛별가족. 그들은 이번 여행경험이 앞으로 평생 사는데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특집] 솔·빛·별이 어우러진 우리 가족 세계여행
“세상은 하나의 아름다운 박물관”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온가족 의기투합
4대륙 27개국 탐방…신앙유적에 큰 관심
“뭔가 해냈다”승리자 기품 서려
“신학교 동창ㆍ선후배신부께 감사”
전 재산 팔아 온 가족이 2년간 세계일주하고 돌아온 조영호씨 가족의 모험과 스릴을 들어본다
발행일1998-08-09 [제2114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