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면 누구나 죽게 마련. 부자로 살다가 죽을 때도 호화롭게 죽는가 하면 평생을 가난 속에 살다가 미처 자신의 죽음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무의탁 노인들과 영세 노인들을 위해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숨은 봉사자가 있어 미담(美談)이 되고 있다.
사진전문 백화점 「포토플라자」(대구시 달서구 신당동)대표 박홍식(안토니오아바스ㆍ45)씨. 그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찍은 영정사진은 800여 명. 박씨의 선행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지역복지관과 노인회관 등에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광고사진 작가인 박씨의 사진경력은 올해로 27년째. 대구태생이지만 작가로서의 경력은 대부분 서울에서 쌓았다. 사진전문 백화점 「포토플라자」를 연 것이 지난해 9월. 박씨는 개점과 함께 무료사진교실을 개설했다. 『일반 시민들이 사진교습을 받을 마땅한 곳이 없는데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까지 6기생이 배출됐고, 현재 7, 8기가 수업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할 시절 이미 인근 지역 노인들에게 영정사진을 찍어주곤 했던 박씨는 사진교실 수강생들을 자원봉사에 참가시켰다. 『무료로 배우고 있으니 이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수강료 대신 좋은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나누자고 주문했지요』.
박씨는 영정사진으로 흑백사진을 고집한다. 『영정은 그냥 사진이 아니라 죽은이의 혼백을 담는 의미가 있어요. 흑백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수백장의 흑백 사진을 일일이 손으로 현상 인화하고 코팅작업까지 해서 액자에 넣는 일은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그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후원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
박씨는 웨딩(야외촬영)사진을 최초로 개발한 장본인. 또 아기들의 순간 순간 표정과 행동을 포착해 렌즈에 담아내는 「베이비 앨범」을 최초로 제작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웨딩사진 분야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상업화에 너무 물들었다고 봐요. 사진은 한 장 한 장마다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결혼사진은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자 새로운 출발점 아닙니까. 사진철학이랄까요, 그러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사진이해가 바닥에 깔려야 합니다』.
박씨는 『요즘 야외촬영 하는 모습을 보면 신랑 신부가 마치 노리갯감인 듯 보여 당혹스럽다』면서 『대상에 대한 존중, 주위 배경과의 조화 등 모든 것이 고려돼야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포토플라자 개점과 함께 향기나는 사진을 개발해 인기를 모았던 박씨는 개인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개인 사진집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중년 이상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메이크 포토」도 시도해볼 계획.
『회원들이 제 뜻에 공감하고 도와준데 대해 감사할 따름이죠. 보람을 느끼는 일인만큼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053)585-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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