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중심의 성지」
대형 건물이 즐비한 도심권에 자리잡고 있는 대구 관덕정 순교기념관(관장=장병배 신부). 대구시 중구 남산 2동에 위치한 이곳은 신자들이 계획을 잡고 일부러 성지를 찾는 번거로움 없이, 누구나 한번쯤 들러볼 수 있는 생활속의 쉼터다.
영남 제1의 순교성지. 교회사가(史家)들은 이곳을 영남 순교성지의 으뜸으로 꼽는다.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를 비롯한 여러 신자들의 애정과 관심속에 태동한 관덕정은 일찍이 대구감영의 사형장으로 1866년부터 8년간 이어졌던 병인박해 당시 대구대교구 제2주보성인인 이윤일(요한) 성인을 비롯, 성 김대건 신부의 작은 할아버지였던 김종한(안드레아) 등 56명이 순교한 곳이다.
피로써 지켜낸 신앙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관덕정 순교기념관.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선조들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지난 91년 개관된 관덕정은 신앙의 유산을 후세에도 길이 전하기 위해 모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여러곳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진열장자체도 특수 제작, 완벽하게 유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진열장에 전시된 유물들은 3년 주기로 교체하며 최대한 안전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보존적인 노력외에 관덕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순교자 확인작업과 신자들의 신심고양에 앞장서고 있다. 기록분과, 역사ㆍ유물분과, 신심분과 등으로 구성된 운영팀이 그 기반. 이 운영팀을 중심으로 안내, 성지순례봉사, 관덕정봉사 등 수많은 봉사자들이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관덕정은 그동안 국내외 성지코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신자들에게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새로운 신앙의 힘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매년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는 이 성지순례는 관덕정의 자랑이자 한국 교회의 좋은 표양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성지코스 하나하나 저마다 깊은 의미와 뜻이 담겨 있어 순례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진 관덕정. 외형은 굳건한 신앙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건물자체를 성곽형으로 앉히고 화강석으로 쌓아 올렸다.
아울러 순교자들이 성령의 비추심으로 신앙을 지켰음을 표시하기 위해 지붕에서 지하까지 햇빛이 비치도록 했고, 옛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상층 누각을 한옥으로 건축했다. 이런 독특함의 절정은 부조와 색유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대구 성베네딕도 수녀회 문크리스티나수녀가 부조를, 고(故) 김은호(뽈리나)씨가 색유리를 제작했다. 특히 1층 색유리는 이윤일성인의 순교장면, 복도 색유리는 순교자들의 승천, 제3전시실의 남쪽창은 이윤일성인의 일대기를 표현했다.
관덕정에는 1천5백점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순교자들의 생활 유물과 대구대교구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록 사진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 관덕정이 자랑하는 유물로는 흥선대원군이 세운 진품 척화비, 순교당시 참혹함을 알려주는 도형구, 신앙선조들의 장렬했던 활약상을 엿볼 수 있는 사적 기록들이 있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신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95년 5천명, 96년 1만명, 지난해 1만3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는 전 교구에서 신자들이 관덕정 순교자 기념관의 교회사적 가치와 업적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 물론 이런 결실을 보기까지에는 장병배 관장신부를 중심으로 한 홍보팀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교구 본당 등을 대상으로 열심히 발로 뛰며 관덕정 알리기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관덕정 순교기념관. 현재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 중 앞으로 교구사적 유물 등은 대구 효가 대 신학교에 건립중인 유물관에 보낼 계획이다. 관덕정은 이렇게 유물들이 정비되고 나면 순수하게 순교자들의 유물만을 전시실에 전시하게 된다. 그만큼 여유 있는 공간에서 신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계기임에 틀림없다.
『순교자들의 숭고한 정신이 배어있는 기념관을 통해 많은 신자들이 그들의 정신을 본받고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장병배관장신부의 바람처럼 피로써 지킨 순교자들의 신앙의 힘이 온땅에 가득 울려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순교자성월 특집 - 국내 순교기념관 순례] 대구 관덕정 순교기념관
영남권 순교성지 가운데 “으뜸”
건물 외형부터 성령ㆍ순교자들의 신앙 드러내
대원군 척화비 진품 등 유물 1천5백여 점 전시
발행일1998-09-13 [제2119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