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를 지나 제천방면으로 방향을 돌려 가다가 신림역을 거치면 우측 방면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곁에 자리하고 있는 강원도내 세 번째 설립 본당인 용소막성당. 1904년 고종 광무 8년에 프라오 신부가 초대 본당신부로 부임하면서 틀을 갖게 된 용소막본당은 한국 최초로 구약성서를 완역하고 평생을 성서 번역사업에 헌신한 고 선종완 신부의 출신 본당이기도 하다.
선신부의 생가터는 성당에서 고작 50여 미터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선신부는 용소막본당에서 배출된 첫 사제. 바로 10년전, 선종완 신부 유물관이 용소막성당 내에 들어선 것은 이러한 선신부의 출신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선종완 신부 유물관은 동향(同鄕) 신부의 숭고한 삶을 남기고자 했던 지역 신자들의 염원과 선신부가 설립한 성모영보수녀회가 창립자의 삶을 기리고자 했던 의지의 표현이다.
교회 안팎의 현실을 볼 때 위인의 생가나 유물관이 고향에 그대로 보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면에서 선종완 신부 유물관은 일단 생생한 지역교회사의 한 단면을 지역신자들이 지키고 있다는 모범적 선례로 남고 있다.
60평 규모의 유물관은 붉은 벽돌과 붉은 색조의 지붕으로 지어져 있는데 아담한 수도원 성당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 유리전시관 14개가 들어서 있는 내부는 선신부의 유물들과 성모영보수녀회가 보관해온 귀중한 성서자료 등이 내실있게 꾸며져 있다.
이곳에 전시된 유물들은 총 384점이며 여기에는 112종에 달하는 선신부의 일상용품과 제의 및 제구 등이 포함돼 있다.
특별히 눈여겨 볼만한 유물은 선신부가 구약성서를 번역한 한국어 원고, 그리고 번역작업시 사용했던 책상, 성서에 인용된 겨자씨 (마태 13:31-32) 쥐엄나무 열매(루까 5:16) 도토리 등이다.
선신부가 사용했던 책상은 고인이 생전에 손수 고안, 짜서 만든 것으로 토마스 아퀴나스성인이 사용했다는 부채 모양의 책상을 연상시킨다.
또한 중국어 일본어 타밀어 스페인어 희랍어 일본어 불어 히브리어등 여러 언어로 된 성서를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유물관에는 선신부가 단독으로 번역한 원고만 보관하고 있는데 관리미숙으로 최근 많은 원고들이 심하게 파손, 담당자들은 1994년부터 모든 원고를 검은 종이로 포장하며 보관하고 있다.
사제 학자 수도자의 모습 등 선종완 신부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선종완 신부 유물관은 80명 정원 규모의 피정의 집, 지하기도실과 함께 있고 또한 배론성지가 차량거리 15분 위치에 있어 신자들이 피정과 성지순례를 겸해 찾아볼 수 있다.
유물관 관리는 성모영보수녀원에서 파견한 두명 수녀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 습기제거제 공기청정제로만 유물 관리가 되고 있어 훼손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안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장소가 외지고 홍보가 미미한 관계로 아직까지 유물관을 찾는 이들은 성서공부팀들이나 선종완 신부의 동창 지인들에 의해 소개받은 신자들이 대부분.
유물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박데레사 수녀는『유물들의 효과적 보존을 위한 방안 마련과 그에 대한 전문가 양성에 수녀회 측에서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거 밝히고 『보다 많은 이들이 유물관을 찾아서 모든 이들이 성경을 읽고 그 말씀대로 살기를 원하셨던 선신부의 뜻과 삶을 느끼게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물관 방문을 원하는 이들은 사전에 방문일정을 수녀원측에 알리면 된다.
(0371)763-2342.
[순교자성월 특집 - 국내 순교기념관 순례] 고(故) 선종완 신부 유물관
고인의 땀과 염원을 담아…
사제요 학자요 수도자였던 선신부의 생전 모습 느껴
최초 구약성서 번역원고 등 귀중한 성서 자료 전시
15분 거리에 배론성지 피정ㆍ순례 겸할 수 있어
유물 훼손 우려…대책 시급
발행일1998-09-27 [제2121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