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박순복(루시아. 대구 지산본당)씨는 몇 번을 벼르던 끝에 선교책 10권을 들고 가까운 공원을 찾았다. 선교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선배 단원과 조를 이뤘지만 두려움을 떨칠 수는 없었다. 출발 전 기도도 드리고, 손을 포개어『파이팅』도 외쳐보았지만 마음이 무겁기는 여전했다.
첫번째 만난 사람은 혼자서 밤 주우러 나온 아주머니였다. 멀찍이서 『밤이 좀 있습니까?』 『아니요, 없네요』 하는 사이 선배 단원은 그 쪽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선교책을 손에 들려주고 자기 소개서까지 받아 오는 것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자신감이 가득한 선배의 행동은 망설임이 없었고 능수능란했다.
박순복씨는 선배를 눈여겨보면서 때때로 한마디씩 거드는 정도였다. 그사이 함께 간 다른 단원도 선교책을 전하고 자기 소개서를 받는 것이 보였다. 차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배당 받은 이 선교책 만큼은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할텐데…」
용기를 내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당에서 나왔습니다. 좋은 책이 있어 선물로 드리려고요』긴장된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긴장을 풀어주는 대답이 건너왔다. 『어느 성당에서 나왔소?』. 신자 형제분이었다. 같은 교우로서 반갑게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쉽게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할 수 있었다.
선교책을 나눠주고 자기 소개서 두 장을 받은 박순복씨. 뜻하지 않은 방법으로 「성공」을 맛본 박씨는 「이것이 성령의 도우심인가」 생각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끈 솟았다. 어느새 두려움도 사라졌다. 굳어 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표정도 밝아지고 음성도 생동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선배는 잘 한다고 추켜주었다.
젊은 새댁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온 것이 눈에 포착됐다. 놓칠 수 없는 대어(大魚)였다. 다가가서 인사를 하자 『요즘은 천주교에서도 선교를 하나봐요. 책 한 권 줘보세요』 했다. 또 소개서를 두 장 받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낮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소중해 보였고 귀한 양떼 같았다.
돌아오는 길, 선교책은 다 나눠줬고 자기 소개서 5장만 손에 들려 있었다. 더운 날씨에 긴장한 탓인지 땀에 젖은 몸은 칙칙했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상쾌했고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선교의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공원길을 내려오는 발걸음을 날아갈 듯 가벼웠다. 시작에 도전하는 마음, 경험자의 조언과 시범, 뜻하지 않는 방법으로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 할 수 있다는 용기. 이 모두가 합쳐져 한 「선교사」가 탄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