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말로 전교했지요. 한계가 오더라고요.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도 쉽지 않고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도 힘들었어요. 적당한 선교용 책자가 없나 찾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지요』
박헌남(엘비디오ㆍ42.서울 면목본당)씨가 선교용 소책자를 직접 쓰고, 사비를 들여 제작 배포(본보 10월 18일자 9면 참조)하게 된 이유다.
처음에는 교회 서적 중 적당한 부분을 복사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달력이 미흡했고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직접 썼다. 「현명한 선택」. 그 자신 한때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을 잃고서야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았다.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붙인 제목이다.
박헌남씨는 87년 세례를 받았다. 많은 신자들이 그렇듯 한 10년간 미지근한 신앙생활을 했다. 생활의 중심은 사업이었고 지상 최대의 목표는 「돈」이었다. 그러나 95년부터 사업은 기울기 시작했고 마침내 엄청난 빚을 지고 바닥을 헤매는 시련이 닥쳤다.
인복은 있었던가. 96년 봄 어느 자매의 인도로, 또 이웃들의 기도로 차츰 새롭게 신앙에 눈뜨는 기회가 왔다. 「나눔의 묵상」 교육을 받으면서 진정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말로만 듣던 신앙의 신비, 고통의 신비를 깨닫게 됐다.
『40년 살아온 결과가 이렇다면 삶의 목표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돈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어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하느님을 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박씨는 2년 동안 각종 교육 세미나 피정 성서공부 등에 참가하며 24시간 하느님만 생각하고 살았다. 다행히 경제 사정도 조금씩 나아지고 가정적으로도 평화가 깃들이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웃들이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결과는 참담한 것 아니겠어요. 그들에게 하느님을 통한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게 해야죠. 곧 제가 할 일은 선교였습니다』
선교용 책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이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도 형편이 어려운 박씨에게는 엄청나게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족들의 따뜻한 지원에 힘입어 오늘도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며 길을 나선다.
[전교의 달에 만난 사람] 서울 면목본당 박헌남(엘비디오)씨
“「현명한 선택」을 함께 나눠야죠”
사비 털어 선교책 제작, 보급
“하느님만이 참 생명의 길
발행일1998-10-25 [제2124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