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에 너희 희망을 두어라, 용기와 힘을 가져라」(시편 27:14)
육체적 고통보다 더한 외로움. 중환자의 경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라며 세상을 원망해 보기도 한다.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홀로 버려진 듯 한 외로움이 밀물처럼 자신에게 엄습해온다.
이렇듯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을 위로하고 편안한 안식을 찾도록 돕는 곳, 대구 파티마병원 원목실에는 따뜻한 사랑의 향기가 감돈다. 파티마병원 원목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환자들에게 실천하며, 이 고통이 결코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
대구 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는 파티마병원 원목실에는 장휘(엘마로) 신부, 이범순(헤르만) 원목실장수녀 등 7명의 사제ㆍ수도자와 1명의 평신도가 몸담고 있다. 42년 파티마병원 설립과 함께 시작된 원목활동, 하지만 공식적인 기구로 태동한 건 75년부터다. 이때부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원목활동이 이루어졌다.
병원 구석구석을 그리스도의 향기로 넉넉히 채워나가는 파티마병원 원목자들, 이들의 활동은 병원 어디를 가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환자들. 파티마병원 원목자들은 외로운 환자에겐 말동무를, 고통과 애환을 마음에 묻고 있는 환자들에겐 기도와 상담을 통해 올바른 마음가짐을 되찾게 해준다. 그리고 외래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외래환자 대기실에 가톨릭 간행물들을 비치해 두고 있다.
이들 원목자들을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군도 상당수 있다. 목욕, 간병, 도서대여, 호스피스, 수술실, 안내봉사 등 원목자들이 미처 손쓰지 못하는 곳을 2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훌륭하게 채워준다. 모든 봉사자들은 이 일을 주님께서 자신에게 맡긴 소임으로 알고 모든 열의와 정성을 다 쏟고 있다.
호스피스병동에서 봉사하고 있는 김유림(로사)씨는 『환자들 개개인의 한 많은 사연과 애절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면서 『우리들은 그분들이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맞이할 수 있도록 기도와 사랑으로 보살핀다』고 말했다.
원목자들은 이밖에 병원 직원들을 위한 신앙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직원들을 위한 연중 피정, 레지오모임, 성서공부 등 원목자들은 직원들이 바쁜 생활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신앙심을 유지시켜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이범순 원목실장수녀는 『모든 환자들이 지치고 힘들 때 찾는 곳이 원목실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들이 그리스도의 크신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그분을 통해 참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현재 파티마병원은 신축병동을 새롭게 단장하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봉사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소아과 병동의 경우 일반검진센터와는 달리 아이들 정서에 적합한 분위기를 내는 등 신축병동의 쾌적한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색칠자문을 맡은 대구 보건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강사 서원만(벨라도ㆍ39)씨는 『현재 신축중인 병동은 기존의 병동과는 차별화를 두고 각과 특성에 맞도록 건축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특성상 항상 긴장감이 감돌고, 직원이나 환자들의 얼굴도 경직되기 십상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환자와 직원사이에 좋은 중개자역할을 하고 있는 파티마병원 원목자들은 오늘도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병원 원목실 탐방 - 사랑 넘치는 세상을 찾아] 대구 파티마병원
외로운 이들에 말동무…병원 구석구석 그리스도 향기 채워
기도 상담 간병 도서대여 등 230여 봉사자 열성
환자-직원간 「좋은 중개자」 역할 위해 구슬땀
지치고 힘들 때 찾고 싶은 원목실 되고자 노력
발행일1998-11-08 [제2126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