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열심히 생활해왔는데 어떻게 저희 남편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처음엔 주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많은 은인들이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 때문에 용기와 희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난 8월 21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경북대 병원 무균병동에 격리된 상황에서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원호(그레고리오ㆍ42ㆍ울릉도 도동본당)씨. 성덕 바우만 때문에 국내에 잘 알려진 이 병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항암치료가 잘된 상태에서 골수이식이 이루어지면 나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의 부인 김윤자(비비안나ㆍ38)씨는 그렇게 건강했던 남편이 항암치료로 머리털이 다 빠지고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다. 가정 안팎으로 누구보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고, 주위에서도 인정받았던 남편이었건만, 그 대가가 너무나 가혹한 시련으로 다가와 처음엔 성당을 찾아가 목놓아 울면서 주님을 원망도 했다고 한다. 갑자기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한 고통과 외로움이 부인 김씨의 가슴 한 구석을 아프게 찔러 왔다.
현재 2차 항암치료중인 이원호씨. 다행히 이씨의 여동생 태숙씨와 골수가 일치해 항암치료가 끝나면 골수이식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치료비. 2달 남짓동안 벌써 2천만 원 넘게 치료비가 나갔다. 울릉도 군청 환경 위생계장으로 15년간 근무해온 이씨의 박봉으로 일흔된 노모와 아내, 그리고 초등학교2ㆍ5학년에 다니는 두 자녀가 생활해왔다. 그나마 부인 김씨가 알뜰하게 절약하며 적립해 두었던 적금 통장도 바닥이 났고, 이제 전 재산인 집마저 팔아야 할 처지다. 병원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최소한 7~8천여만 원이 더 든다고 하니 부인 김씨는 속만 탈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본당 「요한회」회장을 비롯 평협 분과위원장 등 열심히 교회 활동을 하며 성실하게 삶을 꾸려온 이원호씨. 이씨의 투병생활이 본당 신자들에게 전해지자 신자수가 200여 명 밖에 안되는 울릉도 도동본당에서 2차례에 걸친 모금끝에 1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아 부인 김씨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함께 땀 흘리며 고생했던 주임신부와 본당신자들은 곧 나의 일이요, 아픔이라고 생각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작은 정성들을 모았다. 삶의 의지가 꺾였던 이씨 가족들은 이 일을 계기로 진정한 사랑과 나눔을 맛보았다며 본당 신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번 일을 통해 진정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도움주실분=농협 중앙회 797-02-046245, 조흥은행 801-04-842307 이원호
[“도와주세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앓는 이원호씨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살아왔는데…목놓아 울면서 주님 원망도 해보았지만…
골수이식만 하면 되는데 치료비 앞에선 속수무책
발행일1998-11-15 [제2127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