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동네라는 사실이 그렇게 위안이 돼서 온갖 수치스런 기억이 배인 곳이지만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박인선 신부)가 주최한 가톨릭장애인/장애인부모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권용순(요안나ㆍ성산동본당)씨. 결혼 후에도 수십 차례 떠돌며 이사를 다녔지만 태어나 자란 마포를 떠날 수 없었다는 권씨가 털어놓는 지난 45년의 세월은 수백 권의 책이 될만했다.
보증금 10만 원에 월 2만원을 주고 신혼살림을 차리던 날, 집주인은 집이 무너져도 책임 안진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권씨 부부에게 방을 내줬다. 그렇게 어렵게 남편 이웅렬(베드로ㆍ55)씨를 만나 시작한 결혼생활 1년만에 가진 첫 아이 은경(실비아ㆍ18)이를 낳게 됐을 때 이웃 할머니는 척추장애로 120cm 단신인 권씨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의심해 옷을 들춰보고 배를 만져보기도 한 아픈 기억을 새겨 주기도 했다.
새벽엔 권씨가 남대문 평화시장을 돌며 떼온 우산, 양말 등의 물건으로, 낮엔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남편 이씨가 서울역 인근에서 봐온 물건으로 그날그날의 생계를 이어온 이들 부부의 삶은 그나마 믿음과, 또한 같은 믿음을 나누는 따뜻한 이웃의 사랑의 손길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거리에 가판을 벌여 생활하던 권씨네 네가족이 한달이 멀다 하고 다니던 이사 때면 인근 용산본당의 빈첸시오 회원들은 그때마다 짐 나르는 일을 잊지 않았다. 한 번은 누가 놓은 불 때문에 가판을 모조리 태워버려 절망에 빠질 뻔 하기도 했으나 이 때도 교우들의 사랑은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어 주었다.
굶지 않고 자식들이 잘 자라 준 것이 큰 은총이라고 털어놓는 권씨 부부. 50만 원이 채 안되는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권씨 부부는 장애인인 남편이 조그만 일자리라도 구해 다시 가판 행상으로 나서지만 않았으면 하는 소중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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