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의 젊은 외교관 다니엘 알에스피리투(Daniel RㆍEspiritu 주한 필리핀대사관 3등 서기관겸 부영사)씨는 한국에서 맞는 올 크리스마스가 이전의 크리스마스와는 아주 다른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필리핀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신앙속에서 어우러지는 가족들간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핸 아내와 두 아이들, 저희 가족들끼리 단촐하게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타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처음입니다』
한국에 온지 이제 겨우 3주. 부인 캐린과 함께 부부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그는 한국이 첫 해외근무지다.
예수회가 설립한 필리핀의 명문 「아테네오」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95년부터 외무부에서 근무했다고. 중고등학교 역시 가톨릭재단 설립 학교를 다닌 덕분에 더욱 가톨릭적 분위기안에서 청소년 청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대학시절 한때 사제성소의 꿈을 지니기도 했었다고 들려준다. 그가 밝히는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특징은 서구풍습과 필리핀 고유의 풍습이 조화된 모습이라는것. 『스페인교회에서 전수된 신앙과 미국의 크리스마스 풍습이 유입돼 있죠. 그와함께 필리핀 고유의 미속적인 것이 복합돼 독특한 크리스마스 풍습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에스피리뚜씨가 자랑하는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전통은「MISA DEGALLO」라고 하는 성탄전 9일기도다. 12월 16일부터 시작되는 이 미사는 새벽 4시경에 봉헌된다. 미사를 알리는 교회종소리와 함께 잠을 깬 신사들은 가족들과 함께 성당으로 향하게 되는데
미사후에는 이웃과 함께「비빙카(Bibinka)」「뿌토봄방(Putobombang)」이라 불리는 쌀케이크와「살라밧(Salabat)」이라는 생강차로 아침식사를 나누기도 한다. 「뿌토봄방」과「살라밧」은 대표적 크리스마스 음식. 뿌토봄방은 쌀가루와 코코넛밀크 코코넛가루등으로 만들어 진다.
9일기도 뿌토봄방과 함께 필리핀의 특징적 크리스마스 모습은「패롤(Parol)」이라는 별모양의 크리스마스 등불. 크리스마스 시기가되면 각 가정과 거리 교회에 이 패롤의 불빛이 넘쳐난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12월 24일 자정미사를 함께 참례한 뒤 집에 돌아와「노체부에나(Noche Buena)」라는 심야 음식을 나누며 밤을 잊은채 이야기 꽃을 피우는게 보통이란다. 25일에는 성탄선물을 교환하고 성대한 음식상을 준비 성탄의 기쁨을 나눈다. 성탄날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모습은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대부모를 찾아가 인사하는것이라고. 에스피리투씨는『그렇기 때문에 많은 집들이 성탄절날 어린이들로 붐빈다』고 얘기했다.
[대림절특집/세계 가정의 성탄절] 2 - 에스피리투씨가 들려주는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거리마다 「패롤」 불빛··· 이웃사랑 “넘실”
성탄 9일전부터 새벽 4시 미사 봉헌
24일 온 가족이 밤새 얘기꽃 피워
발행일1998-12-06 [제2130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