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이사(理事)네 감사(監事)네 하며 이름만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 최석우 신부님이 지나가는 말로 「이사장을 하면 좋겠다』고 운을 띄웠지만, 최근 정식으로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뜻밖의 제의를 받고 놀랐습니다. 최신부님이 당신 유언으로 부탁한다며 완곡히 청해와 맡게됐습니다』
한국 교회사 연구의 중심 축으로 자리해온 재단법인 한국교회사연구소는 11월 12일 이사회를 통해 김수창 신부(서울 잠원동본당 주임)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최석우 신부의 이사장직 사의에 따른 김수창 신부의 이사장 취임은 교회사연구소안팎으로 큰 기대를 낳고 있다. 「이름만 올려놓고 있었다」는 겸손과는 달리 김신부가 그동안 교회사연구소 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서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왔는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의 역할에 대해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니겠느냐』는 김수창 신부는 우선 후원회 운영을 활성화하고, 연구소 일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물색해 도움을 받으며, 그동안 교회사연구소에서 출판한 서적이나 대사전 등을 보급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연구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한 김신부는 「외국 사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은 많은 비용이 들지만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 동안 파리외방전교회 문서와 메리놀회 문서 발굴에 이어 독일 베네딕도회와 로마 교황청 보관 문헌들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런 자료들을 보관 전시할 공간이 없어 문제』라고 말해 그동안 발굴 연구해온 자료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보였다.
평소 교회 문화사업과 토착화에 큰 관심을 보여온 김신부는 『초기한국교회는 나름대로 토착화된 복음을 살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외국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유럽 문화가 한국 문화를 구축(驅逐)했고, 유럽 문화가 모두라고 생각한 그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나아가 토착화를 바란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는것.
『그나마 20세기 들어 서양에서는 동양 문화를 인정하려는데 한국인이 오히려 우리 문화를 천대시하고 서양문화를 좇으려는 경험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는 김수창 신부는『언제까지 가톨릭이 외래 종교로서 존재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교회사연구를 통해 우리 신앙선조들의 토착화된 신앙 뿌리를 찾고, 오늘날 우리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아듣고 해석하며 살아갈 때, 가톨릭은 외래 종교가 아닌 우리 종교로서 그 뿌리를 내린다고 말한다.
『그 동안 최석우 신부님의 외고집(?)과 희생이 토대가 됐기에 오늘날의 교회사연구소가 있을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연구에 전념하게 될 최신부님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후원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적극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연구소 일은 한국 교회 전체의 일이고 문화사업임을 같이 인식하고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수창 신부는 내년 9월경 사목일선에서 물러나 교회사연구소 일에만 전념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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